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인터뷰

입력 2015-07-08 20:10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제공

“최선을 다한 제 자신에 뿌듯했지만 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이제 더 이상 콩쿠르에 나가지 않게 돼 좋네요.”

올해 스무 살의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5월 30일 막을 내린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폴란드 쇼팽 콩쿠르 등 ‘빅3’ 콩쿠르에서 기악 부문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던 한국 클래식계의 오랜 숙원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조기 입학해 현재 4학년인 임지영은 ‘한국 바이올린의 대모’ 김남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을 사사하고 있다. 2013년 독일 뮌헨 ARD 국제 콩쿠르에 입상했고 지난해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3위 및 특별상을 수상했다. 유럽에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에 따른 각종 연주회를 마치고 지난달 29일 돌아왔다. 그는 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파이널에 오른 연주자 12명의 실력은 사실 종이 한 장 차다. 한 달 동안 치러지는 콩쿠르에서 누가 끝까지 지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는지가 콩쿠르 수상의 관건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손가락이 짧은 편인데 늘 힘을 주고 연주하다보니 지난해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이후 팔이 아파 두 달을 완전히 쉬었다. 원래 무대에서 떨지 않는 편이지만 아예 마음을 비우고 연주한 게 결과적으로 콩쿠르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결선에 오른 12명을 외부와 단절한 상태로 브뤼셀 인근 샤펠 음악원에 8박 9일간 머물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결선 진출자들은 1주일 동안 자유곡 1개와 지정곡 1개를 연습해 연주해야 한다. 지정곡은 출판되지 않은 협주곡이 과제로 나오는데, 연주자들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음악과 융화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올해 지정곡은 스위스 작곡가 마이클 자렐의 ‘구름만큼이나 적다’였다. 임지영은 자유곡으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을 선택했다. 그는 “전문 연주자로 자리매김하려면 콩쿠르 이후가 더 중요한 만큼 적어도 3~4년 정도는 한국에서 김남윤 선생님께 더 배우려고 한다. 해외 매니지먼트사로부터 여러 제안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신중하게 학업과 연주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그의 스케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출연을 약속했던 연주회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차 적응도 채 안된 상태에서 지난 4일 광주유니버시아드 기념음악회를 가졌다. 11일 예술의전당에서 서울 스트링 콰르텟 정기연주회에 서울시향 부악장인 신아라를 대신하고, 23일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저명 연주가시리즈에 참가한다.

8월 13일에는 금호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 뒤 내년 상반기까지 유럽, 미국, 일본, 대만, 홍콩 등에서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는 “고전주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다양한 음악을 두루 잘 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 임지영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연주를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