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몰카범을 만났을 때 어디로 신고를 해야 할까요? 네티즌들이 이 질문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112와 서울지하철경찰대(182)의 경우 핸드폰에서 수신자를 112나 182로 지정하고 문자를 적어 보내면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합니다. 때문에 전동차 내 노출된 콜센터로 신고를 하게 되는데요, 콜센터가 이 같은 신고를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네티즌 사이에서 벌어졌습니다.
논쟁은 얼마 전 지하철 몰카범 의심 신고를 했다가 낭패를 본 사연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촉발됐습니다. 사연을 올린 당사자는 당시의 상황을 구구절절 쓴 뒤 자신이 문자로 신고했던 내용의 이미지 파일을 공개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지하철인데 앞에 앉은 어떤 남성분이 자꾸 이상하게 쳐다보시면서 뭔가를 하시라구요. 저랑 눈이 마주치니까 화들짝 놀라면서….”
“성추행 의심되시면 112경찰에 신고바랍니다.”
“숨기시는데 굉장히 의심스럽고 불쾌해서 신고합니다.”
“저희는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경찰 출동 시 같이 동행하여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요즘 지하철 몰래카메라도 문제고 해서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의심스러워 신고하는 건데 조치를 취해주셔야 하지 않나요.”
“저희는 의심 상황만으로 그분의 전화기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경찰 불러주시고 같이 동행해주세요. 지금도 계속 쳐다보시는데 굉장히 불쾌합니다.”
글쓴이는 “경찰 신고는 각자해야만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네티즌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됐습니다.
글쓴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사법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승객의 신고를 받으면 조취를 취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공분했습니다. 반면 해당 번호는 냉·난방기 등과 관련된 민원을 제기하는 곳인데 엉뚱한데 신고했다며 글쓴이의 잘못을 지적한 네티즌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친절한 쿡기자가 지하철 불편신고 1544-7769를 확인했습니다. 이 번호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불편신고 번호로 2009년 10월부터 문자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시 코레일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철을 이용하면서 불편사항이 있으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세요”라고 홍보했습니다. “그동안 전동 열차 객실에는 승무원이 없어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듣기 어려웠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문자메시지를 받는 즉시 불편사항을 처리하고 조치 결과를 알려줄 예정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렇다면 신고를 받은 사람이 규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코레일이 지하철 불편신고 전화를 개설할 때 발표한 취지로 봤을 때 전화를 받으면 전동차안에서 벌어진 민원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112와 182가 있지만 전동차 안에서 벌어진 범죄 또한 승객에게 불편함을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1544-7769번호는 냉난방불편이나 열차운행정보, 위생관리 등 전철 운행에 관한 조치를 위해 운영되는 문자서비스다보니 성추행범 등에 대한 대처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성추행신고가 접수되면 112로 신고 내용을 전송해 사법권이 있는 경찰에서 처리하도록 조치 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콜센터 번호는 전동차 안 곳곳에 적혀있습니다. 당황한 승객이 112나 182보다 눈에 보이는 불편신고 번호를 먼저 누를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장이 “112에 신고하라”이니….
신고한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승객이 처한 긴박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공감했다면 냉정한 답장을 보낼 시간에 직접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을까요. 아쉽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친절한쿡기자]코레일은 왜 지하철 성추행 신고를 받지 않을까요?
입력 2015-07-09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