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간 여권 흔든 유승민 거취 문제 4시간 만에 의총서 결론

입력 2015-07-08 16:52
이동희 기자 leedh@kmib.co.kr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8일 열린 의원총회는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문제는 지난 2주간 여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놨었다. 의원 33명이 자유발언에 나섰지만 대다수가 “사퇴는 불가피하고 더 미룰 수 없다는”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분위기가 모아졌다. 사퇴 방식이나 시기를 놓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내홍을 더 이상 키우지 말자’는 위기감에 침묵했던 다수가 대세를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의총은 의장대행 자격을 맡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주재로 오전 9시15분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유 원내대표와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불참해서다. 이이재 의원이 사회를 봤다.

김 대표는 모두 발언으로 “정치인의 거취는 반드시 옳고 그름에 따라 결정되는 건 아니다. (지금은) 선당후사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당을 위해 희생하는 결단을 부탁하는 것”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또 “신임투표로 가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 모두가 큰 상처를 입게 된다”며 표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친박(친박근혜)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다섯 번째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나도 30여년간 정치를 하면서 책임을 진 경우가 많았다”며 “정치인이 사퇴하는 건 불명예가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는 2008년 총선 당시를 언급하며 “이명박정부가 친박을 (공천학살로) 내몰았지만 2012년 총선 공천 때는 그런 일이 없었다”며 “나는 전 정권에서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총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박민식 의원은 “이번 사태가 (당내) 민주주의 (확립과) 당청 소통이 잘 되게 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하태경 의원은 “당청 소통에 있어 당도 문제가 있었지만 청와대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지만 “현실적으로 유 대표 체제 존립은 불가능하다”고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김용태·이종훈·김희국·유희동 의원 등 일부 비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놓고 표결을 통해 의원 개개인의 입장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태 의원은 “대충 ‘우~’ 해서 박수치고 끝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명 한 명 의사를 제대로 파악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에 대통령이 또 이러면 어떻게 하느냐. 확실히 매듭짓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최고위원 전원 사퇴론을 내놓으며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회의 말미에 이종훈 원내대변인이 “이게 군대지 당이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친박(친박근혜)계 함진규 의원이 “말을 가려하라. ‘식구’는 이야기하자 말라”며 소리쳐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전날 지도부 책임론을 언급한 정두언 의원은 의총장을 나오며 “내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개혁보수는 표결하자고 하고 꼴통보수는 표결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단상에 올라 “더 이상 새로 나올 이야기도 없고, 대부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 반대를 언급한 의원들 이름을 호명하며 “따라달라. 정리하고 넘어가자”고 설득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회의를 마무리하며 “박수칠 일이 아니다”고 했지만 의원 3~4명이 박수를 쳤다고 한다.

김 대표는 곧바로 유 원내대표 집무실이 있는 국회 의원회관 916호를 직접 찾아 사퇴를 권고했다. 조 원내수석부대표, 김학용 대표비서실장, 김희국 의원이 함께했다. 김 대표는 “대다수가 ‘책임 여부를 떠나서 이유를 막론하고 현 상태에서는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전했다. 유 원내대표는 “잘 알았다. 의원님들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사퇴의 변’을 준비해 놨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