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쿡기자] “아버지 마지막 숨소리를 보고 싶습니다” 디지털식 감동

입력 2015-07-09 00:05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숨소리를 복원해달라는 젊은이의 간청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스마트폰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한 소리를 문신으로 새기고 싶다는 바람이죠.

기적은 3년 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폐암으로 입원한 아버지는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눌러보다 자신의 숨소리를 휴대폰 영상으로 남깁니다. 암세포가 성대까지 전이된 상태라 아버지의 목소리는 안 나왔지만, 숨소리만큼은 고스란히 녹음돼 있었습니다.

3년이 지나서야 이 목소리는 젊은이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휴대폰을 PC에 연결했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지요. 젊은이는 그립고 존경하던 아버지의 마지막 숨소리를 수없이 반복하며 들었습니다.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픈 순간이었죠.

젊은이는 “아버지의 숨결을 몸에 새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웃들에게 동영상에 녹음된 아버지의 마지막 숨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파동 그래프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어머니 없이 아버지 밑에서 자란 네티즌에게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모터가 될 아버지의 숨소리를 보게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이었죠.

수많은 네티즌들이 그에게 화답했습니다. 자신을 현직 음악 감독이라 소개한 네티즌은 “오디오비쥬얼라이져라는 형태로 만들어서 도우고 싶습니다”라며 연락처를 남겼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음성 파일을 보내주세요”라며 이메일 주소를 남겼죠. 자신을 녹음실 엔지니어 출신이라고 소개한 네티즌도 연락처를 남기며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할 지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디지털식 감동은 이뿐이 아닙니다. 세월호 사고 때는 아이들의 침수된 휴대폰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하는 작업이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와 신분을 숨긴 엔지니어들로부터 이뤄줬죠. 이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디지털으로라도 간직하려는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작업했습니다.

곁에서 묵묵히 일을 돕던 김 교수의 부인 김미선씨는 “아이들의 휴대폰 번호 뒷자리가 부모들의 번호 뒷자리와 같은 것을 볼 때는 가슴이 미워졌다”고 합니다.

인간의 수명은 제한적이지만, 디지털은 영원합니다. 지금이라도 틈틈이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습관을 들이는 건 어떨까요? 사랑만큼은 디지털처럼 영원할 겁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