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국정 매진계기...정치적 부담은 여전

입력 2015-07-08 16:46
서영희기자 finalcut02@kmib.co.kr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8일 사퇴를 계기로 앞으로 국정 운영에 더욱 속도를 내면서 당청 관계 복원도 서서히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여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사퇴를 촉구하고 여당이 장기간 분란을 겪은데 따른 정치적 부담 역시 안고 갈 수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한차례 치명상을 입은 당청 신뢰가 다시 봉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대통령, 직접 언급 없이 “개혁 강도 높게 추진”=박 대통령은 청와대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을 초청한 자리에서 “정부는 앞으로 4대 개혁을 비롯한 국가혁신 과제들을 강도높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직접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따른 언급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당청 관계를 재정립해 국정 운영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특히 노동·금융·공공·교육 4대개혁은 미래 세대를 위해 한시도 미룰 수가 없는 시급한 과제들”이라며 “저는 부조리와 불안한 일자리, 계층 격차와 사회 갈등 같은 문제들을 우리 후손들에게 결코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국 경제 살리기 등을 비롯한 국정 운영에 매진하면서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다.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새로운 각오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청와대도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새누리당 총의로 결정된 일이고,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도 “당청 관계에 대해선 앞으로 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유 원내대표의 ‘사퇴의 변’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가 여기에 대응할 경우 또 다른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관계자는 “평가할 것이 없다. 사퇴하면서 한마디 한 것 아니냐”고 했다.

◇박 대통령 존재 확인 속 정치적 부담도 여전=박 대통령의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초강경 발언과 그에 따른 후폭풍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능력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청와대는 앞으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 등이 정상화 수순으로 접어들면, 정부와 여당이 공동보조 속에 긴밀한 협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고 여당은 뒷받침하는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시적으로 봉합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계파 갈등은 앞으로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처럼 잠복해 있는 상태다. 따라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갈등의 불씨가 나타날 경우 당청 갈등 및 여권 내부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국정 구상과 다른 길을 걷는다고 해서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제왕적 리더십’에 대한 비판여론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유 원내대표 사퇴는 박 대통령의 ‘말의 힘’ 보다는 “공멸해서는 안 된다”는 새누리당의 위기감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 앞으로 박 대통령이 여당을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는 한 당청 관계 회복이 요원한 것은 물론 국정 운영에도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