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라파에서 살고 있는 시압 후세인 베하브사(52)씨는 지난해 8월 2일 새벽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오전 3시쯤 됐을까.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난데없이 공습을 퍼부었고, 잠시 뒤에는 엄청난 규모의 포격이 이어졌다. 그의 집을 비롯한 온 동네가 일시에 폐허로 변해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10대 아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숨져 있었다. 그뿐 아니었다. 근처에 살던 아들의 사촌 5명도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7월 8일 가지지구를 관할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쪽으로 로켓 공격을 한다는 이유로 이날부터 50일간 가지지구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이른바 ‘가자 전쟁’이다. 이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쪽에서 2251명이 숨지고 1만895명이 부상했다. 사상자들은 대부분 민간인이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6명을 포함해 73명이 숨졌다.
8일(현지시간)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디펜던트를 비롯한 외신들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피폐한 삶을 보도했다. 외신들은 그때도 그랬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이고, 또 가장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팔레스타인 어린이는 551명이 숨졌고, 3500명이 다쳤다. 다친 아이들 가운데 10%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현지 어린이들을 면접 조사한 뒤 지난 6일 ‘악몽은 지금도 계속된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89%가 항상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어린이 가운데 70%는 전쟁이 또 날까 무서워하고 있다. 역시 10명 중 7명은 지금도 악몽을 꾼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무엇보다 모든 게 폐허가 되는 걸 목도하고선 아무 희망 없이 체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현지 심리학자인 하산 자야다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많이 떨어졌고 또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이라도 빨리 이뤄져야지 아이든 어른이든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지만 재건은 여전히 요원하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당시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선 1만8000개의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은 지금도 무너진 집이나 임시 텐트에서 살고 있다. 쿠자 지역의 무너진 집에서 살고 있는 파다 알나자르씨는 “우리에게는 낙원 같았던 집이 이렇게 폐허로 변했다”며 “이스라엘이 폭격을 할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송두리째 파괴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모든 걸 다 잃었다”고 토로했다.
유엔 의뢰로 재건 업무를 수행하는 로베르토 발레트씨는 “재건은 달팽이보다도 더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검색을 이유로 건자재 통관을 너무 늦게 해주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돕는 이스라엘의 시민단체 ‘가이샤’도 “재건에 필요한 건자재가 500만t인데 종전 뒤부터 지금까지 들어온 것은 130만t에 불과하고 이 130만t마저도 재건에 쓰이는 게 아니라 기존에 카타르 정부가 수행하고 있던 고속도로 건설용 건자재가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인디펜던트는 아울러 국제사회가 돕기로 약속한 구호물자와 기금을 제때 주지 않고 있는 것도 재건이 더디게 진행되는 또 다른 이유라고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가자전쟁 1년 지났지만 “재건은 달팽이보다도 더 느린 속도”
입력 2015-07-08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