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일단은 내전에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

입력 2015-07-08 16:58
이동희 기자 leedh@kmib.co.kr

새누리당이 8일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사태’를 결국 ‘사퇴’로 마무리 지으면서 지루하게 진행된 내전에서 친박(친박근혜)계가 일단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고 친박계를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유 원내대표는 ‘전국구’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친박계의 ‘상처뿐인 승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계는 그동안 당내 선거에서 연전연패해왔다. 지난해 전당대회와 국회의장 경선, 지난 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연이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당선되면서 친박계가 당내 소수파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번에도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자 의총 소집을 시도했다. 그러나 ‘표 대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자 이를 접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 친박계가 대대적으로 결집하면서 다시 한번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 충청권 초선 의원들이 ‘돌격대’로 나서면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했고, 지도부에서는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 등이 ‘사퇴 불가피’ 여론에 불을 지폈다. 친박계는 소수파지만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결집력을 보이면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이끌어냈다. 비주류인 비박계가 장악했던 지도체제를 흔들어 균열을 내면서 친박과 비박간 세력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유승민 사태 논란’ 내내 원칙과 명분이 없는 ‘흔들기’를 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친박계 의원들은 애초에 논란의 씨앗이 된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했다가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한마디에 입장을 180도 바꾸고 유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에 대해 사실상 재신임 결론이 났음에도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집단행동을 통해 ‘유승민 흔들기’를 이어왔다. 친박계를 향해 ‘왕당파’ ‘청와대 출장소’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 사퇴로 ‘전투’에서 이기고도, 전반적인 비판 여론 탓에 장기적인 ‘전쟁’에서 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원내 지도부를 친박계가 차지할 수 있을지도 단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발 ‘내전’으로 여권 전체가 큰 상처를 입으면서 앞으로도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비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 퇴진 요구에 반발하면서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논란이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둔 권력 게임의 서곡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내전이 ‘종전’이 아닌 일시적 ‘휴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