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 그 자체가 양국관계의 근원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쫑 서기장은 20년 전 미·베트남 외교관계 회복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다.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정부에서 공식 직함이 없는 인물을 자신의 집무실에서 만나준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의전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얘기다.
이러한 파격적인 예우는 ‘중국 견제’라는 공통의 전략적 목표에 맞춰 양국 관계가 얼마나 질적으로 변했는 지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두 사람은 양국의 미·베트남 등 12개국이 참가한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경제·안보협력 강화 방안을 깊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TPP를 집권2기 역점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동남아 신흥시장인 베트남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베트남으로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역내 거대시장에 대한 진출 기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협력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중요한 고리다. 인공섬을 건설해 가며 남중국해에서 패권 확장을 기도하는 중국이 양국에게는 사실 ‘공공의 적’이 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으로서는 최근 중국이 인근 영해에 석유시추 작업을 재개하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이공이 함락된 지 40년이 흐른 후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어려운 베트남과의 관계를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TPP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항하는 성격을 갖는 데다 안보협력은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일본으로 이어지는 대 중국 군사적 포위전선을 보다 촘촘히 하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과의 관계진전에는 걸림돌도 있다. 후진적인 인권관행과 종교·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적 가치와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날 백악관 밖에서는 미국계 베트남인들을 중심으로 베트남 정부의 인권 탄압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의회 내에서도 문제가 됐다.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를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이 6일 백악관에 서한을 보낸 데 이어 크리스토퍼 스미스(공화·뉴저지)를 비롯한 하원의원 9명이 언론인들과 정치범들, 인권 운동가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미, 베트남 중국 견제축 만들기
입력 2015-07-08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