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절반 정도가 임신 중에 허리통증을 경험한다. 다행히 대부분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 중 안정을 취하면서 통증이 완화되지만 9명 중 1명은 오히려 출산 후 통증이 심해져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산모의 요통이 심해지면 모유수유가 힘들어지고 제때 아이를 안을 수 조차 없게 한다. 그로써 주위의 도움 없이는 육아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된다. 그러나 요통은 출산과정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통증 정도로 이해하고 괜찮아지겠지 하고 참거나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산후 요통은 산모의 몸이 출산 전 상태로 돌아가는 산욕기 동안 정상적인 회복을 방해함으로써 본격적인 육아를 준비해야 할 산모의 신체 균형을 깨뜨리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처럼 산모의 요통이 흔한 이유는 임신 후 배가 나오기 시작하는 임신중기부터 출산까지 10kg이상의 급격한 체중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늘어난 체중은 허리, 무릎, 관절 등에 많은 무리를 주어 간헐적인 통증으로 나타나다 결국 출산과 동시에 요통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임신 중 산모는 태아의 성장으로 인해 운동에 제한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허리를 지탱해 주는 근육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약해진 근육으로 인해 발생되는 요통뿐만 아니라 태아의 성장과 함께 자궁이 커지면서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게 되고 중력으로부터 지탱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등쪽의 뼈가 과도하게 뒤로 휘어지는 뼈의 변형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출산과정에서 늘어난 골반이 제때 수축되지 못할 때 산후요통은 심해지기 마련이다. 자궁을 둘러싼 골반 뼈들이 제자리를 찾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산후조리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 역시 요통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출산 후 생기는 요통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잘못된 수유자세나 육아자세가 산모의 요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 출산 후 더 심해진 허리통증을 피하기 위해 자세를 뒤틀다 보면 필요이상의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부담이 적었던 어깨와 등쪽 부위인 상부근육에 긴장이 초래돼 요통뿐만 아니라 어깨 근육통도 심해질 수 있다. 적정 시점에서의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요통에서 출발한 통증이 전신 근육과 인대의 이상을 초래해 통증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증이 만성화되면 그에 따른 치료기간도 길어져 적극적인 치료에 임하기도 점점 어려워진다.
요통은 단순히 근육과 뼈의 이상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임신 중 산모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 중 근육과 인대 등이 출산을 대비해 충분히 이완될 수 있도록 하는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은 임신 전의 10배 이상까지 분비된다. 릴렉신은 태아가 모체의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골반을 유연하게 이완시켜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몸의 이완기능을 유도해 출산준비를 돕는 릴렉신 호르몬이 오히려 운동이 제한된 산모에게 골반주위의 근육을 이완시켜 허리지지구조를 약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릴렉신 뿐만 아니라 면역조절과 항염증 기능의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하나인 부신피질 호르몬 역시 분비량의 변화가 큰 편이다.
부신피질 호르몬은 임신 6개월부터 증가하지만 출산과 동시에 급감한다. 부실피질 호르몬이 줄어들면 갑상선 기능저하로 이어지고 신체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된다. 흔히 출산 후 산모에게 관절통이 생기고 인대가 늘어나는 등 골반수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통증이 유발될 확률이 높아진다.
한의학에서는 산모의 요통에 대해 천연 호르몬 성분을 포함한 식물성 약재를 처방함으로써 산모에게 보다 안전하게 호르몬의 균형을 잡아줄 것을 권한다. 특히 출산 후 한약도 적절한 시점에 먹어야 그 효능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산모의 몸 상태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어 반드시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처방 받아야 한다.
광동한방병원 통증재활센터 조지원 원장은 “천연 호르몬 전구체가 함유된 녹용, 감초, 당귀와 같이 천연 약재를 처방함으로써 민감한 산모의 몸에 자극 없이 호르몬의 밸런스를 찾아 줄 수 있다”며 “통증 부위에 집중치료도 중요하지만 호르몬 변화에서 오는 출산 후 요통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을 거쳐 출산 후 틀어진 자세를 바로잡고 유발되는 통증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근육, 뼈, 인대에 외부에서 물리적인 힘을 이용하는 추나요법 혹은 도수치료 등을 시행해야 한다. 추나요법은 몸의 경혈을 찾아 신경계의 자율신경을 편안하게 해 몸의 제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도수치료는 척추와 골반 등 근골격계의 비정상적인 배열을 교정하고 신경이 눌리는 부위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교정도수치료'와 몸의 가장 약한 근육부터 강화시켜주는 '재활도수치료' 등이 있으며, 각 환자별 증상에 따른 단계별 맞춤치료로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치료방법은 손가락과 손바닥을 이용해 힘의 방향과 세기를 조절해가며 밀고 당기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출산 후 약해진 몸을 고려해 맞춤형 치료를 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광동한방병원 산후센터 최우정 원장은 “요통을 유발하는 틀어진 척추와 골반이 제 자리를 찾도록 정확한 진단과 원인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따라야 한다”며 “직접적인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선 뼈와 근육의 위치와 균형을 잡아주는 교정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보다 효과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수 기자
출산 후 허리통증, 만성화 되지 않도록 골든타임에 임하라
입력 2015-07-08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