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계해 국내에서 돈을 인출하려 한 혐의로 구속된 오모(44)씨가 북한 김정은의 최측근 최룡해(65)의 5촌 조카로 알려졌다.
부산 사하경찰서와 공안 당국은 지난달 23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3930만원을 인출하려 한 혐의(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로 오모(44)씨와 한모(35)씨 등 2명을 구속했는데 이들 중 오씨가 최룡해의 5촌 조카로 알려졌다고 8일 밝혔다.
오씨 등은 지난달 15일 오전 9시쯤 신모(27·여)씨에게 전화해 ‘서울중앙지검 검사’라고 사칭하면서 “당신의 은행통장이 범행에 연루되어 있다”고 속여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케 하고 계좌정보 등을 알아낸 뒤 3930만원을 대포통장으로 이체한 것을 당일 낮 12시쯤 서울 관악구 K은행 낙성대지점에서 인출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오씨 등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행 하루 전인 지난달 14일 보이스피싱으로 편취한 돈을 인출해 중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대포통장 모집을 하면서 ‘중국회사 자금을 본인 계좌로 송금 받아 인출해주면 수수료 5%를 준다’는 문자를 불특정 다수인들에게 무작위로 발송, 이에 속은 피해자 이모(47)씨의 K은행 계좌(대포통장)에서 신씨의 돈 3930만원을 이체했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 명의자 이씨와 함께 서울 관악구 K은행 관악구 지점 근처에서 만나 통장 명의자 이씨에게 “현금 3930만원을 인출해오라”고 시켜놓고 자신들은 은행 정문과 후문을 지키며 경찰이 오는가 망을 보고 통장 명의자가 인출한 돈을 가지고 도망을 가지 못하게 감시를 했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 카카오톡 ‘WeChat’을 이용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았으며 대화명을 오씨는 ‘서울’, 한씨는 ‘돌고래’를 사용해 위장했으며, 증거인멸을 위해 수시로 대회내용을 삭제를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은 1개월 전에 같은 방법으로 대포통장을 제공했던 통장 명의자가 사건담당 경찰에 신고를 해 잠복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오씨는 최룡해 집안의 근거지인 헤이룽장성 지둥(鷄東)현에서 태어났다. 지린성 옌볜(延邊)에서 수산물 무역 등 대북 사업을 했지만, 북·중 관계 악화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자 한국인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최룡해 부친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 여동생 최정해의 둘째 손자로 알려졌다. 최현은 김일성과 함께 중국에서 빨치산 활동을 한 ‘혁명 1세대’로 김일성 독재 구축과 김정일 권력 세습에 큰 공을 세웠다. 김정은이 최룡해를 신임하는 것도 김씨 일가에 충성한 최현의 후광 덕분이란 분석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중국 보이스피싱 인출범, 북한 최룡해 5촌 조카로 알려져
입력 2015-07-08 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