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미국의 의결권 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민연금이 자문을 받는 기관들이 모두 반대 의견을 내면서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도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원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제출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보고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법적으로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산정됐지만, 상대적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낮고 제일모직 주가가 높은 가운데 결정된 합병 시점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자본시장 유관단체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기관으로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글래스 루이스,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같은 이유로 합병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번주 안으로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자체적으로 정할지,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로 의사 결정권을 넘길지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합병 무산 가능성을 높게 보는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15일에 이어 또다시 양사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 보고서를 냈다. 한화투자증권 이상원 연구원은 “양측의 여러 논쟁이 있지만 삼성물산 주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합병비율”이라며 “합병기준가 5만5000원이 적정가치 대비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무산되고 향후 재추진을 원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은 과거 대체로 ISS의 의견을 수용했던 것을 감안하면 엘리엇을 포함한 외국인(33%) 중 다수는 이번에도 ISS의 반대의견을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민연금(10.2%)도 이번 합병 건과 성격이 유사한 SK그룹의 합병 건에 반대했기 때문에 형평성이나 일관성 측면에서 합병 건에 찬성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권고
입력 2015-07-08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