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로 중상 40대 남성 ‘기억상실’…경찰수사로 뒤늦게 사고 확인

입력 2015-07-07 21:33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40대 남성이 사고 충격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 사고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경찰의 수사로 뒤늦게 보상을 받고 가해자는 처벌됐다.

지난 3월 28일 오후 11시쯤 충북 영동군 양강면 묵정리의 한 도로에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길을 재촉하던 A씨(42)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쌀쌀했던 날씨 탓에 추위도 느껴졌다.

다리와 어깨도 부러진 것 같아 움직일 수 없었다. 휴대전화로 119에 연락을 취해 겨우 응급조치를 받았다. A씨는 전치 14주의 큰 부상을 입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다쳤는지 알 수 없었다.

2∼3주가 지난 뒤 영동경찰서 교통조사계 경찰들이 찾아와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던 A씨는 경찰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날 겪었던 일들을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었다.

A씨는 사고 당일 오후 7시20분쯤 B씨(56)가 몰던 그랜저 승용차의 유리창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충격으로 직후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사고 운전자 B씨는 A씨를 그대로 놔둔 채 그대로 운행, 집 부근의 공업사에 차량 수리를 맡겼고 뒤늦게 “영동을 지나가던 중 멧돼지와 충돌한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를 분석해 사고 당일 가해 차량이 움직인 동선을 파악했고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해 피해자가 A씨인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A씨에게 병원비와 보상금을 지원하는 등 뒤늦게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A씨는 아직도 사고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동경찰서는 7일 B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영동=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