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부당 일감몰아주기 혐의 하이트진로 현장조사 순항할까? 쉽지않을듯

입력 2015-07-07 19:40 수정 2015-07-07 19:53
사진= 국민일보 DB

대기업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를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7일 하이트진로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현장조사는 5월 중순 한진과 현대그룹에 이어 두달 여 만에 재개된 것으로 총수 오너 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이날 서울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와, 서울 서초동 하이트진로 계열사인 서영이앤티에 시장감시국 소속 조사관 10여명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다. 서영이앤티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박 회장의 차남 태영(하이트 진로 전무)씨 등 총수 일가 지분이 99.91%에 달하는 비상장회사다. 이 회사는 맥주 냉각기 제조·판매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2012년 매출 1118억원 중 1086억원(97%)이 하이트진로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서영이앤티는 오너 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4월 ‘딸기가 좋아’ 키즈 카페를 인수하면서 관련 매출액을 불리는 방식으로 내부거래를 줄였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 506억원 중 203억원(40.1%)이 여전히 하이트진로 내부거래 매출액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인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인 20%(비상장사 경우)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공정위는 박 회장 일가가 수의계약 등 불공정한 방식으로 서영이앤티에 일감을 몰아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지난 3년간 오너 일가에게 18억원 가량을 배당했다. 하이트진로는 자산총액 5조9000억원으로 재계서열 58위다.

하이트진로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한진그룹 비상장 계열사 ‘싸이버스카이’와 현대그룹 계열사 ‘쓰리비’ 조사와 유사하다. 이들 계열사는 총수 일가 지분이 100%거나 99.9%에 이를 정도로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 성격을 갖고 있다.

한진과 현대그룹 현장조사 이후인 지난달 중순 LS그룹에 대한 공정위 현장조사가 있었지만 이는 신고 사건에 대한 조사로 총수 일가 사익편취 직권 조사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하이트진로 조사로 공정위가 두 달여 만에 다시 칼을 빼들었지만, 재계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로 확산될 지는 미지수다. 경제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대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