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의 ‘자기 정치’ 직격 비판 2탄-유승민에 이어 내각 향했다

입력 2015-07-07 17:40

박근혜 대통령이 7일 내각을 향한 '다잡기' 메시지를 발신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장관들에게 "개인적인 행로는 있을 수 없다"는 표현으로 '자기 정치'에 대한 경고 발언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 말미에 "국민을 대신해서 각 부처를 잘 이끌어 주셔야 한다. 여기에는 개인적 행로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오직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로 나라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언뜻 보기에는 경제와 민생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평소의 발언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개인적 행로', 즉 자신을 위한 정치를 거론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를 놓고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면서 정치권을 겨냥해 내놓았던 '자기 정치' 발언의 2탄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 등을 향해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정치를 거두고 국민을 위해 살고 노력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는 국민의 대변자이지, 자기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선 안되는 것"이라 비판한 바 있다.

지난 국무회의 발언이 여의도 정치권을 겨냥했다면 이날은 내각을 향해 경고를 날린 셈이다.

특히 임기 반환점을 한달여 앞두고 여권 내홍으로 국정 추동력이 약화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라는 대명제를 강조하며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마음가짐과 처신을 염두에 뒀다는 풀이도 나온다.

최근 유 원내대표의 진퇴 문제와 당내 계파 갈등을 계기로 친박(친박근혜)계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여의도 조기 복귀설이 최 부총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번져가는 양상이었다.

게다가 최 부총리 거취 문제를 계기로 여의도 정가에선 황우여 사회부총리, 유기준 해양수산부, 유일호 국토교통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다른 정치인 출신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한 당복귀 희망 의사를 청와대에 전했다는 설까지 나돌았다. 이들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공직사회가 동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이런 정치적 환경과 공직 분위기까지 감안, '개인적 행로'를 염두에 두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벌써 총선 계획을 잡기보다는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국정에 더욱 매진해달라는 당부를 이날 메시지에 담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지극히 당연한 말씀을 하신 것"이라면서도 "(정치인 장관 가운데)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도 이에 맞춘듯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지금은 경제가 굉장히 엄중한 상황으로 당 복귀 어쩌고저쩌고 할 때가 아니라 경제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며 조기 복귀설을 재차 강력히 부인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장관은 "개인을 잊어버리고 국민만 바라보고 국무위원들이 일심단결해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최 부총리의 복귀설 등 조기 개각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 발언을 놓고 유 원내대표를 간접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달 25일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자기정치', '배신정치'를 지적한 만큼 '개인적 행로' 언급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위 공직자의 자세를 말씀하신 것이지,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직접 언급은 자제했다. 10여분간의 모두발언에서 그리스발(發) 세계경제 불안에 따른 우리 경제 악영향 최소화, 추가경정예산(추경) 조기 통과 필요성 등 경제 이슈에만 집중했고,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25일 여당과 유 원내대표에 대해 '배신의 정치'를 거론하며 강력한 불신임 메시지를 보낸지 12일째 침묵을 이어간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해결책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이미 발신한 만큼 재차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날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를 따로 만나 '설득' 작업에 들어간 데다 당내 여론이 '사퇴 불가피'로 기울고 있고, 8일 긴급 의총에서 그의 거취가 매듭될 가능성이 커 굳이 유 원내대표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침묵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