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간과 같은 죄인입니다’(길선주 목사) ‘이놈이 주님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습니다’(주기철 목사) ‘나는 불의하고도 불충한 죄인 중의 괴수입니다’(손양원 목사)”
한은수 감독이 과거 ‘신앙의 선배’들이 눈물로 부르짖었던 회개의 메시지를 하나씩 꺼내 읊어 내려가자 일부 참석자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5 회초리기도대성회’ 현장. 절기상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소서(小暑)인 이날 한국교회는 스스로 회초리를 들며 회개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범죄예방운동본부(총재 강영선 목사)와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 등이 함께 준비한 성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제가 먼저 회초리를 맞겠습니다’를 기치로 내걸고 원로목회자들이 주축이 돼 진행된 행사에서는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허리가 구부러진 원로목사부터 장로와 권사, 집사 등 10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국내 최고령 목회자인 김영창(104) 목사가 낭독한 성회 취지문은 회초리처럼 따끔했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부정과 부패, 분열과 분쟁으로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회초리를 듭시다. 그리고 나의 종아리를 내리칩시다.”
이어 한평생 목회에 헌신한 원로목사와 장로 10여명의 회개 기도가 잇따랐다. “섬김을 받기 좋아했습니다. 허세를 부렸습니다. 제가 죄인 중의 죄인입니다.”(최복규 목사) “탕자보다도 더 못되고 못된, 위선과 거짓과 교만이 가득한 죄인입니다.”(김명혁 목사)
행사의 백미는 잘못을 꾸짖기 위해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는 ‘자책초달(自責楚撻)’의 시간.
20여명의 원로목회자들이 단상 앞으로 길게 늘어선 뒤 바지를 걷어 올렸다. 최고령 목회자인 김 목사의 앙상한 종아리에 회초리가 닿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입으로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고 말하면서도 내 자신의 영광만 추구했음을 진심으로 회개합니다!” 사회자의 선창에 목회자들과 참석자들은 일제히 “회개합니다!”를 복창하면서 50㎝ 길이의 싸리나무 회초리를 자신의 종아리에 힘껏 내리쳤다. 참석자들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미리 받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렸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사랑과 징계’(히 12:1~13)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죄를 회개하고 돌이킬 때 하나님께서는 기쁘게 받아주실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징계하는 회개의 회초리가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 메시지를 전한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130년의 짧은 기독교 역사 속에서 급성장한 한국교회는 심각한 영적 침체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면서 “‘나부터 회개합니다’라는 구호가 한국교회의 표어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회초리기도대성회 명예대회장 임원순 목사는 “이번 성회를 통해 조금 더 용서하고 양보하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나부터 회개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면서 “아울러 한국교회에는 회개의 바람, 한국사회에는 도덕성 회복의 물결이 일어나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회개 메시지 하나에 회초리 한 대… 2015 회초리기도대성회
입력 2015-07-07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