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몇방울로 태아의 유전성 근육병을 미리 알 수 있는 산전 검사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임신부들에게 희소식이다. 기존에는 긴 관을 자궁에 삽입하거나 긴 바늘을 배에 찔러 여러번 검사해야 해 임신부들의 위험 부담이 컸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임병찬?채종희 교수팀은 산부인과 박중신?생화학교실 서정선 교수팀 등과 함께 임신 8주 이후 태아의 ‘듀센형 근이영양증’ 발병 유무를 예측하는 혈액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임신부의 혈액 10ml를 뽑은 뒤 피에 섞여있는 극소량의 태아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어 듀센형 근이영양증의 원인인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이상 유무를 진단하는데 성공했다.
듀센형 근이영양증은 출생 남아 3500명당 1명꼴로 생기는 유전성 근육질환이다. 시간이 갈수록 근육이 약해져 12세쯤 보행이 불가능해 침상에 누워 지내야 한다. 20세 이후에는 호흡근육 약화로 인한 호흡 마미로 목숨을 잃는다. 가계에 이 질환자가 있고 엄마가 보인자(保因者)인 경우, 다음에 임신된 남자 아이가 병을 가질 확률은 50%나 된다.
채 교수는 “듀센형 근이영양증과 유사한 유전 양식을 가진 부신백질이영양증(일명 로렌조오일병), 혈우병 등의 산전 진단에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임상화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피 몇방울로 태아 유전병 산전에 미리 알 수 있다
입력 2015-07-07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