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본 女월드컵 참패 짠했다”…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 관전평

입력 2015-07-07 16:17

“역시 미국은 최고다. 두 번 연속 월드컵 결승으로 진출한 일본이 부럽지만 아쉽다.”

월드컵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의 기적을 일궈낸 우리나라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미국과 일본의 결승전을 어떤 시각으로 관전했을까.

우리 선수들은 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은 지난 6일 캐나다 밴쿠버 BC 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미국에 2대 5로 참패했다. 킥오프 16분 만에 4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일본의 두 골 중 하나는 미국의 자책골이었다. 미국 혼자 6골을 넣었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의 자존심은 처참하게 짓밟혔다.

우리 선수들은 16강전에서 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달 24일 귀국했다. WK리그 하반기 리그 출전을 위해 복귀한 각각의 소속팀에서 월드컵 결승전을 TV로 시청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일본과의 라이벌 관계를 의식한 듯 내심 미국을 응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시아의 동반자로서 일본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소현(수비수·인천현대제철)

“일본이 결승전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4년 전과 다르게 강해졌다. 우승 세리머니를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4년 전 이미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일본 선수들은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했다.”

김도연(수비수·인천현대제철)

“미국이 5분만에 경기를 끝냈다. 일본은 결승전에 오르기까지 대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의 조직력을 보면서 결승에 진출할만큼 강한 팀이라고 생각했다. 연달아 두 골을 먹은 것이 아쉬웠다. 호마레 사와가 조금 더 일찍 투입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4골을 먼저 허용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은 칭찬받기에 충분했다.

황보람(수비수·이천대교)

“당연히 미국이 우승 할 것이라 생각했다. 일본의 전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심서연(수비·이천대교)

“독일과 프랑스가 결승전에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이 결승전까지 올라간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4년 전과 똑같은 ‘리턴매치’였다. 미국이 이번에는 쉽게 우승컵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이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두 번 연속 결승 진출한 것을 보니 도전의식이 생긴다. 내심 화도 났다.”

김수연(수비수·화천 KSPO)

“일본이 너무 쉽게 무너졌다. 일본을 응원하진 않았다. 하지만 초반에 실점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미국이 일본의 장단점 분석을 잘 해서 나온 것 같았다. 우승컵을 들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다.”

강유미(미드필더·화천 KSPO)

“결승전에서 5대 2의 스코어는 예상하지 못했다. 역시 미국은 최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반대로 ‘우리가 우승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결승전이 끝나니 이제 진짜 모든 것이 끝난 것 같다.”

김정미(골키퍼·인천현대제철)

“감탄하면서 봤다. 미국은 정말 멋진 팀이다. 일본의 대량 실점은 수비수들의 잘못이 컸다. 요즘엔 골키퍼들이 스위퍼처럼 많이 올라오는 추세다. 미국이 기회를 잘 노렸다. 4년 전 설욕을 다짐하고 나온 듯 보였다. 포기하지 않은 일본을 보면서 역시 일본답다 생각했다. 우리도 일본처럼 결승무대의 경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가을(미드필더·인천현대제철)

“미국은 차원이 다르다. ‘월드컵 전에 우리와 평가전 했던 팀 맞나’라고 생각했다. 우리랑 평가전 때는 살살 뛰었나보다. 월드컵에서 180도 달라진 미국 팀의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결승전 경기만으로 일본을 평가할 순 없다. 아시아 팀으로서 일본이 결승까지 간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 아쉬웠다.”

김혜리(수비수·현대제철)

“일본이 그렇게 대량 실점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미국이 우승하기 위해 많이 준비하고 나온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처음 나간 월드컵에 16강과 첫 승을 달성해서 기뻤다. 결승전을 보고 있으니 벌써 몇 년 전 일처럼 느껴졌다. 몸 관리 잘해서 4년 후에 한 번 더 도전하겠다.”

임선주(수비수·현대제철)

“프랑스와 독일이 결승전으로 진출하길 원했다. 개인적으로 미국을 응원했다. 미국은 평가전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그들의 숨겨둔 실력에 놀랐다. ‘일본대신 우리가 뛰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해 봤다.”

유영아(공격수·현대제철)

“솔직히 허무했다. 결승전을 엄청 기대하고 봤다. 월드컵에 돌아와서도 다른 경기를 챙겨봤다. 결승전을 지켜보면서 월드컵 대장정의 막이 내렸다는 생각에 아쉽다.”

박희영(미드필더·대전 스포츠토토)

“아시아 최강으로 불리는 일본경기력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다. 초반의 대량 실점이 당황스러웠다. 미국은 일본과의 리턴매치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나온 것 같아 보였다. 일본이 결승에 진출한 것을 보고 아쉬운 마음이 컸다. 우리가 더 잘했더라면 결승 무대에 서있지 않았을까?”

정설빈(공격수·현대제철)

“일본을 응원했다. 미국의 전략이 무서웠다. 세트피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 경기였다. 일본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펼치며 왜 그들이 최고인지 보여줬다. 이번 월드컵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우리는 16강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국과 같이 선진 축구를 따라가기 위해 밑에 후배 양성도 많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프랑스 월드컵이 기대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사진·영상=대한축구협회 제공, 국제축구연맹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