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고갈되는 현금, 비어가는 슈퍼마켓 진열대, 적에게 포위됐다는 두려움…
국민투표 이후 그리스 국민이 처한 경제상황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렇게 전했다.
그리스 정부의 예고대로라면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자본 통제와 은행 영업 중단은 7일(현지시간) 끝나야 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추가긴축 요구를 거부한 국민투표가 끝난 지 24시간이 지난 6일 오후 7시(현지시간) 현재 그리스 은행연합회는 자본통제와 은행 폐쇄 모두 변함이 없다고 발표했다.
현금자동인출기의 인출 제한 조치도 계속되고 있다. 소액권 지폐가 바닥나면서 인출기에서 찾을 수 있는 돈은 60유로에서 50유로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현금 고갈 사태는 항구 도시 테살로니키의 꽃시장에서부터 크레타 섬의 해안가 술집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모든 곳에서 감지된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부근에 있는 파이 가게 종업원 디미트리스 브겐고폴로스는 “매상이 격감했으며 현금이 귀해 신용카드가 주로 쓰인다”며 “손님들이 1유로에 해당하는 계산서도 카드로 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28만여 개의 중소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전국그리스상인연합’은 자본 통제로 직격탄을 맞았다.
크레타 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알렉스 아겔로풀로스는 “무기도 없이 전쟁통 속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공급 물량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고기를 비롯한 각종 식료품을 사재기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사재기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그리스 전역에서 의약품과 식품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퇴직 공무원 마히 파파콘스탄티누는 “커피와 콩, 쌀, 배터리와 비누를 비축분까지 샀다”며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은 국민투표 이후 최악의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테네 중심가 약국들은 암 치료제를 포함한 의약품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해 300억 유로 이상을 벌어들이는 최대 외화수입원이자 고용창출원인 관광산업도 예약 취소 사태에 직면해 있다.
그리스 관광연합회의 제노폰 페르토폴로스는 “작년 이맘때는 관광예약이 하루 12만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7만명 수준”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그리스 경제전문가 디미트리스 아타나소폴로스는 “우리 경제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으며 중환자실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언급은 그리스가 전면적 금융위기로 다가서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리스경제산업연구재단의 니코스 베타스 사무총장은 “향후 2~3일내 임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유지하지 못하면 은행이 현금 고갈사태를 맞을 것”이라며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시민들도 슈퍼마켓에서 식품을 사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
그리스는 지금 - 사재기 확산 “무기 없이 전쟁통에 있는 느낌”
입력 2015-07-07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