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궁금해] 벤치 사인 본 넥센 박동원이 당황한 이유는

입력 2015-07-07 11:32 수정 2015-07-07 11:57

지난 5일 넥센 히어로즈과 두산 베어스가 엎치락 뒤치락하며 예상할 수 없는 경기를 이어가던 7회초. 넥센 두번째 타자 김하성이 중전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9번 타자 박동원이 타석에 들어섰다.

1구 스트라이크 이후 박동원은 벤치의 사인을 주시했다. 현재 스코어 2-4. 앞서던 넥센이 역전을 허용한 상황에서 김하성의 안타로 추격할 기회를 잡은 순간이었다.

이날 볼넷과 땅볼을 기록한 박동원은 당연히 희생번트 사인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타석에 들어서자 마자 번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2구에 앞서 벤치를 주시하던 박동원은 무척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불만에 가득한 모습으로 무언가 계속 중얼거렸다.

승부처에서 나온 타자의 이상 행동에 에 중계를 하던 SBS스포츠 캐스터는 “박동원 선수가 벤치 사인을 보고 뭔가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며 박장대소했다.

그러자 중계화면은 느린 장면으로 박동원의 표정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벤치 사인을 본 박동원은 무척 의외라는 표정으로 “뭐지”라고 혼잣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불만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방송 캐스터는 “사인 받을 때 이런 표정 중계하면서 처음 봤다”며 안경현 해설위원과 크게 웃었다.

박동원의 당황한 모습은 계속됐다. 번트 대신 강공을 택한 그는 보란 듯이 깨끗한 좌전 안타를 때려냈지만 벤치 사인에 대한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은 듯 했다. 1루에서도 정수성 코치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박동원의 궁금증 풀이에 결국 염경엽 감독까지 나섰다. 박동원이 스나이더의 적시 2루타로 득점한 뒤 벤치에 들어서자 염 감독이 직접 무언가 설명하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당일 중계를 지켜 본 야구팬들은 박동원과 벤치 사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프로야구에서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사인 미스인 것 같다”고 추측했지만 일부는 “다른 내막이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야구 팬들의 추측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당시 경기에서 좌전안타를 치고 1루로 진루한 박동원과 이야기를 주고 받은 정수성 1루 코치는 7일 국민일보와의의 통화에서 "아마도 (박)동원이가 착각한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정 코치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벤치에서는 아무 사인이 안 났는데 동원이가 기습번트로 오해 것으로 보인다"며 "좌전 안타를 치고 1루에 진루 했을때 내게 '기습번트 아닌가요'라고 물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원아웃 주자 1루 상황서 발이 빠르지 않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나올수 있는 사인은 몇개 안된다"며 "결과적으로 강공을 선택한 것이 득점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