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은 해방 후 최초의 문예영화이자 배우 조미령의 데뷔작인 이규환(1904∼1982) 감독의 해연’(1948)을 일본에서 발굴, 수집했다고 7일 밝혔다. ‘갈매기’라는 별칭으로 불려온 영화 ‘해연’은 그동안 원본 필름의 향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영상자료원 수집부는 일제강점기 한국 관련 영상물을 조사하려 작년 일본 NHK 아카이브, 일본영상자료원, 고베영화자료관 등을 방문했다가 고베영화자료관에 한국 극영화 필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3년 전 고물상에서 발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존고에는 한자로 ‘海燕’(해연)이라는 제목이 적힌 필름 캔 속에 9롤의 35㎜ 질산염 필름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담겨 있었다. 영상자료원은 고베영화자료관과 여러 차례 협상해 이 필름을 보존 목적의 ‘듀프&사운드 네거티브’와 ‘상영용 프린트’ 필름으로 제작해 국내 반입하기로 결정했고, 일본 현상소 중 하나인 이마지카 웨스트에서 복사해 지난달 국내로 들여왔다.
영상자료원은 이 필름의 디지털 활용본(DCP)을 제작해 이날 오전 국내 언론 시사를 통해 처음 공개했으며 오는 16일과 19일 일반에도 공개할 계획이다. 데뷔작 ‘임자 없는 나룻배’(1932)로 잘 알려진 이규환은 민족정신을 담아 사실적으로 현실을 그린 작품들을 만들어 한국영화사에 중요한 자취를 남겼으나 그의 작품은 은퇴 기념작 ‘남사당’(1974)이 유일하다.
‘해연’에는 감화원 소년들의 단체 노동 장면과 수길의 회상 장면이 주목할 만하다고 영상자료원은 분석했다.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일꾼들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단체 노동 장면은 곡괭이로 땅을 파는 소년들과 세찬 파도의 이미지를 병치하면서 웅장한 합창단 노래를 입힌 '소비에트 몽타주' 스타일로 그려졌다.
하와이에 거주하는 원로배우 조미령(86)은 “두 번째 작품인 '춘향전'(이규환)도 남아 있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고마운 소식입니다. 당시에는 제작자나 감독들이 영화를 보관하지 않아 영화들이 많이 사라졌어요.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발견됐다니 잃어버린 가족을 만난 기분입니다”라고 소감을 전해왔다.
그는 “'해연'에 나오는 배우들 대부분 연극배우 출신이에요. 그분들은 모두 이북으로 가셨고 나 혼자 남았죠. 스태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식사는 대부분 꿀꿀이죽이었어요. 그게 너무 맛있더라고. 그래서 많이 먹었고 촬영 중 살이 너무 쪄서 제작자들이 말릴 정도였어요. 그래서 촬영 전후 줄넘기를 하며 살을 뺐죠.”라고 말했다.
이어 “7월 1일 최은희 선배가 '해연' 발굴 소식을 듣고 전화를 해서 '미령아, 축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시절 여배우는 이제 우리 둘밖에 남지 않았죠.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배우 조미령을 기억해 주시니 감사드리고 또 한 번 관객과 만나게 돼 무척 기쁩니다."라고 밝혔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원로배우 조미령 데뷔작 이규환 감독의 1948년 영화 ‘해연’ 일본서 발굴
입력 2015-07-07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