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고등학생 400여명이 5일 타이베이 교육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새 교육과정의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새 교과과정이 ‘검은 음모’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의미로 검은 우산을 들었고, 교육부장관에게 쓴 편지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청사 안으로 날렸다. ‘반교과과정 북부지역 고교연맹’의 대변인 주천은 “오는 10일까지 새 교육과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학생 시위는 타이베이뿐만 아니라 타이난과 타이쭝 등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졌다고 홍콩 명보가 6일 전했다.
학생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새 역사·지리·사회 교과서들이 ‘양안(대만·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사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출신의 천수이볜 총통 시절 기틀이 마련돼 2009년 시작된 기존 교육과정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2009년 교육과정’은 대만과 중국은 별개의 국가라는 이념이 관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사와 대만사, 세계사는 별도의 교과서로 분리돼 있었다. 또 ‘중국에서 가장 큰 섬은 하이난섬’이다. 하지만 새 교과서에서는 중국사와 대만사는 ‘본국사(本國史)’로 통합되고, ‘중국에서 가장 큰 섬은 대만 섬’이 된다. ‘중국’으로 기술되던 것도 ‘중국 대륙’으로 수정된다.
대만 교육부 측은 새 교육과정이 대만 헌법에 부합한다며 철회요구를 일축했다. 또한 아직 남아있는 ‘식민 사관’을 제거하기 위해 교과서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교과서에는 ‘위안부’의 경우 ‘자원해서 해외로 나가 위안 활동에 종사했다’는 설명이 있고, 일본의 대만 통치 기간을 미화하는 부분이 많아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번 새 교육과정 갈등은 대만의 뿌리 깊은 반중(反中) 정서로 인해 쉽게 해결되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민진당 출신이 장악한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는 새 교육과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타이난시 시장 라이칭더는 “국민당 정부가 교육과정 조정을 구실로 ‘대만을 근본으로 하는 사상’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타이난 시립 학교들은 기존 교육과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대만 고등학생 시위…학생들 새 교과과정은 ‘검은 음모’
입력 2015-07-06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