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결과 환호하는 OXI 집회 참가자들…제1야당 지도자 사퇴

입력 2015-07-06 20:00
5일(현지시간) 저녁 채권단의 협상안에 대한 ‘반대’표가 다수라는 최종 여론조사가 전파를 타고 나오자 그리스 수도 아테네 중심부인 신타그마 광장에 모인 반대표를 찍은 시민들이 두 팔을 높이 들고 환호했다. 당초 집회가 예고된 것도 아니지만 ‘오히(Oxi·아니오)’라고 쓰인 스티커를 가슴에 붙인 시민들은 투표를 마치고 하나둘씩 광장으로 모여 들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오후 9시 정부가 투표결과에 대한 잠정 전망치를 발표한 직후 경찰 추산 2만5000명의 시민들이 모여 ‘Oxi 행진’을 벌였다.

사전 여론조사는 찬성과 반대가 거의 반반으로 갈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지만 투표 후 광장에 몰려든 시민들은 채권단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그리스 국민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축파티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참가자들은 그리스 국기를 힘차게 흔들며 서로의 손을 잡고 그리스 전통춤을 췄다.

그리스 최대의 채권국이자 유로화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인 독일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높았다. 한 참가자는 ‘Germany’ 대신 ‘Ger Money Europe? No Thanks!’란 팻말을 들고 있었다. 식당 웨이터로 일하는 이야니스씨는 “유럽의 가치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5년 동안 겪은 고통을 더 요구한 것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모여든 시민들은 자정이 넘어서까지 축제를 이어갔고 아테네 시청은 지하철 운행을 새벽 2시까지 연장했다.

채권단 협상안에 찬성하는 ‘네(Nai·예)’ 지지자들 1만7000명도 인근 파나테니안 경기장에 모였지만 별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번 국민투표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혹은 탈퇴의 문제라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 맞서 찬성을 적극 주창했던 중도보수 성향의 제1야당 신민당의 지도자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는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는 TV 연설을 통해 “우리 당은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며 “신민당의 리더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