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명예로운 퇴진 거부...유승민 정국 장기화 우려

입력 2015-07-06 17:02
이병주기자 ds5ecc@kmib.co.kr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6일 자진 사퇴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따라 ‘유승민 거취 정국’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재의됐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인한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표결에는 총 298석(새누리당 160명, 새정치민주연합 130명, 정의당 5명, 무소속 3명) 중 128명만 참여했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의 책임을 지고 이 법안이 폐기되는 순간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이 6일을 유 원내대표의 사퇴 시한으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친박의 압력에 맞섰다. 그는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한다”고 짧게 답했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업무를 이어갔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서청원 최고위원과 김무성 대표는 연쇄적으로 유 원내대표와 독대 회동을 가졌다. 서 최고위원과 김 대표 모두 유 원내대표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표는 30분 동안의 독대 회동에서 거취 표명의 타이밍을 놓칠 경우 여론과 당내 정서가 유 원내대표에게 부정적으로 흐를 수 있어 시간을 너무 끌어서 좋을 게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또 자신이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천한 뒤 ‘백의종군’했던 일을 거론하며 희생적인 결단을 내려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연쇄 독대회동에서 “사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가 직(職)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 원내대표가 이달 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가뭄 관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마무리 짓고 사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친박계 의원들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전격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친박들은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의원총회의 소집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 친박들은 유 원내대표가 자진사퇴할 때까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할 경우 새누리당이 두 조각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실제로 의총이 열릴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법 개정안의 폐기와 관련해 “국회의 결정은 헌법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