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재의 무산, ‘유승민 거취 정국’ 장기전되나… 결국은 시간·명분 싸움

입력 2015-07-06 16:44
이병주기자 ds5ecc@kmib.co.k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이 사퇴 시한으로 정한 ‘6일’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 공식석상은 물론이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거취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물러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과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뒤섞인 가운데 결국 장기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승민 사태 장기화되나

유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거취를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안 합니다”라고 답했다. 아침 일찍 서울 개포동 자택을 나오면서 한 말이다. 유 원내대표는 그동안 진퇴 문제에 대해선 일관되게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때문에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짧고 단호한 답변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친박계가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스케줄에 얽매이지 않고 거취 문제를 고민하거나, 아예 관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국회법 개정안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폐기됨에 따라 법안 처리를 주도한 유 원내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 또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을 집권 여당이 그대로 수용한 것이어서 당분간 여야 관계가 경색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대야 협상력 부재로 이어진다. 친박이 6일을 찍어 사퇴를 압박한 것도 “이 정도면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명분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국회법 문제가 정리된 뒤에는 우리 당도 정상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 사퇴를 에둘러 촉구한 셈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유 원내대표가 7일쯤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 측은 “정해진 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퇴 시한을 못 박을수록 그 날짜엔 더더욱 물러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시간·명분의 싸움

물러나라는 친박이나 버티는 유 원내대표나 모두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간 모습이다.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길어질수록 예상되는 득실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7월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 예산안을 처리하고 이후 국정감사, 9월 정기국회 등이 줄줄이 이어지면 사퇴 주장이 한물 간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당내에선 평가가 엇갈리지만 국민여론이 유 원내대표에게 우호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반면 유 원내대표가 있는 한 당청관계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국 의원들이 등을 돌릴 것이란 지적도 있다. ‘유승민 지키기’에 나선 비박(비박근혜)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은 유 원내대표가 정리해주길 바랄 것이란 의미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런 흐름은 가속화될 수 있다.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개인적인 정치적 득실을 따지기보다는 사퇴 명분과 향후 당청 및 여야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