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오브더매치] “아베, 당신은 안 분해?”… 미국 축하했다가 몰매

입력 2015-07-06 14:13
아베 신조 트위터(위) 및 FIFA 유튜브 채널(아래) 화면촬영

승부를 관통한 네티즌의 한 마디. 네티즌 오브 더 매치(Netizen of the match)입니다. 경기와 관련한 기발하고 엉뚱한 해석부터 사회적 현안을 꿰뚫은 일성까지 네티즌의 발언을 소개합니다. 수위에 따라 표현의 일부를 각색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네티즌 오브 더 매치는 “아베, 당신은 미국인입니까? 분하지 않아요?” (아베 신조의 트위터에 멘션을 남긴 @Tski*****) 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챔피언 미국에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일본이 결승전 킥오프 16분 만에 네 골을 얻어맞고 무너져 월요일 아침부터 충격에 빠진 상황을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베는 6일 트위터(@AbeShinzo)에 “나데시코 재팬(패랭이꽃 일본·여자축구대표팀의 애칭)이 준우승했다. 두 대회 연속으로 진출한 결승전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 모습으로 국민에게 용기를 줬다. 우승한 미국에 진심을 담아 축하한다”고 적었다. 아베는 일본 네티즌들이 여자월드컵과 관련한 트윗에 사용한 해시태그 ‘#W배(#W杯·월드컵의 일본식 줄임말)’도 적었다.

일본은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미국에 2대 5로 졌다. 미국은 경기 초반부터 일본을 강하게 압박했다. 주장 칼리 로이드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16분 만에 일본의 골문을 네 번이나 열었다. 일본은 전반 27분 공격수 오기미 유키의 만회골로 영패를 겨우 면했다. 후반전 자책골과 쐐기골도 모두 미국의 몫이었다. 스코어는 5대 2였지만 미국 혼자 6골을 넣었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의 자존심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일본 주요 언론은 전반전의 졸전을 긴급으로 타전했다. 환호하는 미국 선수들의 뒤에서 고개를 숙인 일본 선수들의 사진이 포털사이트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런 졸전은 출근길과 등굣길에 나선 일본인들의 스마트폰으로 전해졌다. 뉴스게시판의 댓글마다 한숨과 원망이 쏟아졌다. 경기 종료와 동시에 나온 아베의 트윗은 비난 여론에 기름을 쏟고 말았다. 미국에 건넨 축하의 인사가 문제였다.

아베의 트윗에는 비난이 빗발쳤다. “이런 트윗은 버락 오바마에게 쪽지로 보내라” “미국에 잘 보일 생각뿐인 사람은 총리직을 내려놔도 좋다” “국민 모두가 수치심을 느끼는데 당신은 분하지도 않은가. 당신은 미국인인가” “당신과는 관계없는 일이지 않은가. 왜 여자축구에 관심 있는 척을 하는가”라는 멘션이 달렸다.

아베의 트윗으로 몰려 승리의 구호를 외친 미국 네티즌들은 일본 네티즌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하나의 국가 하나의 팀(One nation One team)”이라는 응원문구와 여자대표팀 관련 해시태그인 ‘#SheBelieves’를 적고 우승을 자축했지만 일본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