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원(48) 감독이 SNS에 영화 ‘마돈나’ 흥행 부진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면서 젊은 관객들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신 감독은 6일 새벽 페이스북에 “영화를 또 한편 개봉했다. 여러 가지를 느낀다”며 긴 글을 시작했다. 글에는 출연배우 변요한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본 여성 팬들과 의식 없는 청춘들을 향한 일갈이 담겼다.
신 감독은 “(변)요한이를 보러온 20대 여성들이 ‘요한이는 별로 안 나오는데 대신 멘탈(정신) 털리고 감독을 증오하면서 나왔다’ 혹은 ‘요한이 보러 왔다 (권)소현이 때문에 눈물 흘렸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이렇게 말하면 내가 욕먹겠지만 결국 내가 그들의 존재와 본능에 충실한 영화를 만든 것 같다”고 적었다.
그는 “기분이 좋지도 않고 숫자놀음 할 생각도 없다”면서 “그저 이 영화가 대한민국 (영화)시장에 나오면서 시장 좌판의 비린내 나는 눈 풀린 동태가 된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고된 노동을 하면서 만들었지만 결국 창작과 생산과정의 가치는 사라지고 시장판에서 값 안 나가는 재고 상품처럼 극장에 걸려있다”고 한탄했다.
신 감독은 “그래서 나는 이 나라에 별 기대도 희망도 갖지 않는다”면서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마돈나’는 망해도 좋으나 멘탈 없는 삶에 버터 칠하면서 살아온 젊은 너희들은 한번쯤 멘탈 탈탈 털려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이어 “심지 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그대들의 젊은, 젊디젊지만 투지 없는 영혼이 한번쯤 무너져도 좋지 않을까. 이 영화는 당신들의 아름다운 청춘에 비해 먼지같이 존재감 없는 두 시간 분량일 뿐이니 망해도 된다. 하지만 너희들은 우리의 미래니까 무너지기 바란다. 제대로”라며 글을 마쳤다.
글은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지며 논란이 됐다. 거침없는 내용에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으나 핀트가 빗나갔다” “관객이 영화 보는 목적까지 감독에게 지적을 받아야 하나” “목적이 어떻든 보는 눈은 똑같다”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되자 신 감독은 마지막 문단을 “심지 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그대들의 젊은, 젊디젊지만 투지 없는 영혼이 한번쯤 무너져도 인생은 갈 길이 멀고 길다. 이 영화는 당신들의 아름다운 청춘에 비해 먼지같이 존재감 없는 두 시간 분량일 뿐이다. 엄살”이라고 수정했다.
이후 신 감독은 ‘엄살’이라고 했던 끝부분을 비속어로 한 차례 더 고쳤다. 그리고 얼마 뒤 글을 아예 삭제했다.
왜 갑자기 이런 글을 올렸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몇몇은 감독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했다. 한 네티즌은 “예술독립영화 가치에 대한 논의는 없고 어떤 스타가 나오는지에 따라 상업적으로 판단되는 영화판에 신물이 나신 것 같다”고 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마돈나’는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평범한 여자 미나(권소현)와 그의 과거를 추적하는 해림(서영희)을 통해 냉혹한 사회 이면을 꼬집은 영화다.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지난 2일 개봉된 영화는 현재까지 누적관객수 9917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관통합전산망·6일 발표)을 모았다.
신 감독은 이 영화로 세 번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앞서 ‘순환선’(2012) ‘명왕성’(2013)으로 각각 칸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신수원 감독 “재고상품 된 마돈나…이 나라에 기대 없다” 쓴소리
입력 2015-07-06 11:01 수정 2015-07-06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