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실시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 국민투표의 결과가 반대 61%, 찬성 39%로 반긴축 세력이 친(親) 유로 세력을 앞질렀다. 투표결과 발표 후 치프라스 정부는 3차 구제금융 승인을 위해 국제 채권단에 즉시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내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의 재협상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코트라 아테네무역관에 따르면 그리스 경제 불안 및 유동성 경색이 계속되면서 한-그리스 간 교역의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 1~5월 우리 기업의 대(對) 그리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나 감소했으며, 그리스 은행의 영업중단, 예금인출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바이어의 대금 미지급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 그리스 수출 중 86%를 차지한 선박의 경우, 대다수 그리스 선사들이 파나마 등 해외에 편의치적을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출 감소가 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위기 장기화로 글로벌 해운 시장의 회복이 더뎌질 경우, 국내 선박 수출업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그리스 산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 역시 그리스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가전기업 현지법인의 관계자에 따르면 “단시일 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거래선 디폴트의 위험도 커졌다”며 “한편, 그렉시트(Grexit) 가능성이 커질수록 물가급등을 염려해 단기적으로 휴대폰, TV 등 가전제품 교체수요가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 교통시스템 분야 국내 기업의 현지지사 관계자에 따르면 “치프라스 집권 후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되고, 선금 수금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그리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해외송금 제한이 장기간 지속되어 미수금 회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점에 주목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리스 정부에 의약품 거래의 경우, 따르면 현지 거래은행을 통해 그리스 은행거래특별위원회에 공식 요청을 할 경우 건별로 송금 승인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수출 대금을 미처 받지 못한 경우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편,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해 드라크마 화폐로 돌아간다면 자국화폐 가치폭락으로 단기간 수입물가가 급등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상거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우리 기업들은 계약서 작성 시 대금 지급수단을 안전 화폐수단인 ‘유로’ 또는 ‘달러’로 분명히 기록해야 한다고 코트라는 조언했다. 또 계약서 작성 시 국제중재조항을 명기하는 것도 양자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리스, 긴축 구제금융안 거부…상거래 분쟁 대비책 강구해야
입력 2015-07-06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