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니라고 말해줘”… 일본, 女월드컵 졸전에 출근길 멘붕

입력 2015-07-06 09:25 수정 2015-07-06 10:33
여자월드컵 결승전 전반전 종료 직후 야후 재팬 뉴스 메인페이지 화면촬영

“난 아직 회사에 도착도 안 했다고! 나데시코 재팬이 출근길 스트레스를 더한다.”

월요일 아침 승전보를 기대했던 일본 네티즌들은 출근길과 등굣길에 전해진 ‘나데시코 재팬’(패랭이꽃·일본 여자축구대표팀 애칭)의 졸전에 고개를 숙였다.

일본은 6일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미국에 2대 5로 졌다. 킥오프 16분 만에 네 골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일본 주요 언론은 전반전의 졸전을 긴급으로 타전했다. 고개를 숙인 대표팀 선수들의 사진은 포털사이트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런 상황은 출근시간 직장인들의 스마트폰으로 전해졌다. 뉴스게시판의 댓글마다 응원과 한숨이 엇갈렸다.

전반전까지는 응원이 많았다. “후반전이 남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데시코(패랭이꽃)의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달라” “마지막까지 응원하겠다. 더 힘을 내 달라”는 희망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한 듯 “이미 끝났다. 부상 없이 경기를 마쳐라” “여기까지도 잘했다. 세계를 향해 열심히 싸웠다”고 한숨 섞인 응원도 있었다.

하지만 시계가 후반전 종료를 향해 다가갈수록 비난이 나왔다. “결승에서 수치스럽게 무너질 바엔 4강전에서 아쉽게 탈락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캐나다에 망명을 신청하라. 돌아오지 마라” “난 아직 회사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가 많은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나데시코 재팬이 스트레스를 더한다. 누가 아니라고 말해 달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미국은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정상을 탈환했다. 주장 칼리 로이드는 전반 3분과 5분, 16분 릴레이 골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그 사이 미드필더 로렌 홀리데이가 전반 14분 추가골을 넣었다. 일본은 전반 27분 공격수 오기미 유키의 만회골로 영패의 위기에서 겨우 벗어났다.

미국은 후반전에도 골러시를 이어갔다. 후반전의 두 골은 모두 미국이 넣었다. 나왔다. 후반 7분 수비수 줄리 존스톤이 자책골로 일본에 한 골을 헌납했지만 2분 뒤 미드필더 토빈 히스가 추가골을 넣어 3골 차 간격을 유지했다.

미국은 1991년과 1999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여자 축구 사상 최다 우승이다. 지난 대회 우승국으로 남녀 축구를 통틀어 아시아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2연패를 노린 일본은 미국의 화력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