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잔혹하고 파괴적인 행태가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번에는 자신들이 점령한 시리아 팔미라의 고대 유적인 원형극장에서 시리아 정부군 군인을 집단 처형하는 장면을 비디오를 통해 공개했다. 특히 총을 쏜 IS 조직원들이 모두 10대 초·중반의 소년 대원으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4일(현지시간) 공개된 이 비디오는 지난 5월 21일 IS가 팔미라를 점령한 직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처형 장면을 담았다. 비디오에는 시리아 정부군 군인 25명이 IS의 흑백 깃발이 세워진 원형극장의 무대 위에 올려진 채 수백 명의 군중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당하는 장면이 담겼다.
IS는 앞서 지난 1월과 3월에도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스파이로 분류된 남성을 소년 대원들이 총살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지만, 소년 대원 수십명이 동시에 인질들을 처형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디오에는 처형 시점이 나오지 않았지만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처형이 지난 5월 27일 이뤄졌다고 현지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총살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팔미라 유적지에서 집행한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마모운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AFP통신에 IS의 처형이 “팔미라 고대 유적지를 대하는 IS의 미개함과 잔인함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원형극장을 처형 장소로 정한 것은 이들에게 인류애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은 유적지를 부수적 목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핵심을 타격하기 위해서 체계적으로 기념비적 건축물과 유적지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총살 장면 공개를 시작으로 IS의 팔미라 유적 파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S는 최근 팔미라 박물관 앞에 서 있던 2000년 된 ‘알랏의 사자상’을 포함해 고대묘지에서 나온 석상 등을 파괴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이러한 고의적인 파괴행위는 단순히 계속되는 게 아니라 체계적인 기반 아래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적 파괴에 따른 국제사회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면서 IS의 존재감과 극단적 이슬람 사상을 세계에 널리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IS는 그동안 이슬람 율법 해석을 명분 삼아 우상 숭배로 여겨질 수 있는 유적을 파괴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IS 연계 무장세력들의 공세도 계속되고 있다. IS의 시나이 지부를 자처하는 무장세력이 3일 시나이반도에서 이스라엘로 로켓 포탄을 발사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알라의 뜻에 따라 팔레스타인 점령지의 유대인 진지에 그라드 로켓 포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도 자국 영토에 로켓 포탄 2발이 날아온 사실을 확인했지만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멈추지 않는 IS 잔혹사…팔미라 원형극장서 아이들에게 포로 총살시켜+유적 파괴 본격화되나
입력 2015-07-05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