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서 용변 부끄러워요” 인도 10대女 목매… 고도성장 이면 ‘팍팍한’ 농촌 현실

입력 2015-07-05 19:13
유튜브 영상 캡처

집에 화장실이 없어 들판에 나가 용변을 봐야 하는 인도의 10대 소녀가 수치심 때문에 스스로 목매 숨졌다.

인도 동부 자르칸드 주 둠카 지역 한 마을에서 3일(현지시간) 17세 소녀가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소녀는 부모에게 야외에서 용변을 보기 부끄럽고 더위에 멀리까지 걸어가기 힘들다며 여러 차례 집안에 화장실을 만들자고 얘기했다.

하지만 운전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는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번번이 “우리는 가난하고 네 결혼 비용을 모으는 게 우선”이라며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소녀가 숨지기 전에도 화장실 설치 문제로 부모와 말다툼을 했다며 “비극적 사건”이라고 밝혔다고 인도 NDTV가 5일 보도했다.

익명의 한 공무원은 정부가 ‘클린 인디아’ 캠페인의 일환으로 집에 화장실을 만들면 비용을 지원하는데 이들 부모는 이런 정책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도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숨진 소녀가 사는 자르칸드 주의 농촌은 92.4%의 가구가 집에 화장실을 갖고 있지 않다.

인도 전역의 농촌에서 집에 화장실이 없어 야외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가구는69.2%나 되고 도시 지역도 18.6%에 달한다.

인도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7.5%로 중국의 성장률을 추월할 전망이지만 이번 사건은 경제 성장에서 소외된 농촌의 현실을 보여준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