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투표 결과에 따라 어떻게 되나…채권단 협상안 수용에 찬반 국민투표

입력 2015-07-05 17:32

1000만명 가량의 그리스 유권자들이 5일(현지시간) 채권단 협상안 수용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에 나섰다. 그리스의 국민투표는 1974년 입헌군주제를 폐지할 때 치른 이후 41년 만이다. 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수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는 43~44% 수준에서 계속 박빙을 보였다.

채권단을 구성하고 있는 유럽연합(EU)과 중도 우파인 그리스 제1야당인 신민당 등은 찬성표를 던질 것을 그리스 국민에게 호소해왔다. 투표 결과 ‘찬성’표가 더 많을 경우 그리스는 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 협상에 다시 나설 수 있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채무 35억 유로(약 4조3600억원)를 갚지 못하게 되면 긴급유동성지원(ELA) 프로그램은 중단된다. 그러나 협상이 20일 전에 타결되거나 협상 타결 전까지 유동성을 지원받는 ‘브릿지론’에 합의하면 ECB 채무 상환 고비를 넘길 수 있다. 그럼에도 긴축정책을 수용한 그리스는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이 경우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으로 해석돼 채권단의 협상 파트너는 바뀔 가능성이 크다. 치프라스 총리와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등은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더 많을 경우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과 그리스 야당은 ‘반대’ 결과가 나올 경우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시리자와 연립 정부를 구성한 그리스독립당(ANEL)은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도록 요구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유권자들에게 “‘반대’표를 던져야만 유럽에서 품격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외쳤다.

이 경우 그리스에 더 유리한 협상이 진행될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갈 것인지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20일 ECB 채무 상환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ECB의 자금 지원 중단으로 그리스 시중은행의 부도와 그렉시트가 가시화될 수 있다.

그리스 시민들은 이날 56개 투표구의 학교와 공공기관 등의 건물에 마련된 투표소 1만9100여곳에서 운명의 한 표를 던졌다. 그리스 정부는 유권자들의 편의를 위해 이날 주요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받지 않고 철도와 시외버스, 국내선 항공편 등의 운임을 할인했다.

아테네 스코파 거리의 투표소에서 만난 미켈리스(80)는 “반대를 찍었다. 그래야 채권단이 우리를 더욱 진지하게 대할 것”이라며 “이 투표는 나 자신이 아니라 손주 세대와 그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연금생활자 야니스 콘티스(76)는 “돈 몇 푼 뽑으려고 현금자동인출기(ATM)에 이렇게 줄서 있어야 하는 게 ‘품격’이냐”면서 “유럽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찬성’표를 던졌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키프로스에 거주하는 그리스 국민 코스타스 코키노스(60)는 “투표를 하러 그리스로 돌아와 ‘찬성’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