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위대, 한국 관광객들을 중국인들로 오인해 공격

입력 2015-07-05 06:59
투르크 위구르족 무슬림에 대한 중국의 탄압에 항의하는 터키 민족주의자들이 4일(현지시간) 이스탄불 도심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중국인들로 오인하고 공격했다고 연합뉴스가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 터키 간 관계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성난 시위자들 수백명은 투르크 위구르족들과 연대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보스포러스 해협 해안에 있는 톱카피궁을 향해 행진했다. 시위자들은 알라후 악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면서 톱카피궁 바깥에 있던 일부 한국인들을 공격했다. 톱카피궁은 터키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이들을 공격하는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한 전투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시위대는 터키 민족주의운동당(MHP)과 밀접한 연계가 있는 악명 높은 극우단체 ‘회색 늑대들'의 회원들이었다.

터키 통신사인 도간의 비디오 화면은 한국 관광객 한 명이 기자들에게 “나는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오해 때문에 결국 터키가 ‘형제의 나라’로 부르는 한국인을 공격한 꼴이 됐다.

이번 사건은 이슬람의 성월(聖月)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 위구르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금식하는 데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는 터키 언론매체들의 보도를 놓고 터키와 중국 사이에 다툼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터키는 이번 주에 중국 대사를 소환해 보도된 제한에 관해 우려를 전달했다. 중국 측은 이에 맞서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터키 측이 낸 성명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중국을 탈출해 태국에 수용돼 있던 위구르족 173명이 터키에 도착했다. 중국 측은 터키가 이 집단을 받아들인 데 대해 이달 3일 불쾌감을 표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