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맹 출신 백태웅 교수,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 위원에 임명돼

입력 2015-07-04 19:50
하와이대 법대 백태웅 교수

하와이대 법대 백태웅 교수가 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의 `강제실종 실무그룹' 위원으로 임명됐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제29차 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 강제·비자발적 실종 문제를 조사하고, 강제실종 피해자 및 그 가족과 해당국 정부 간 의사소통 채널 역할을 하는 강제실종 실무그룹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위원으로 백 교수를 선임했다.

백 교수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사건의 총책으로 지목돼 지난 1992년 구속 기소되면서 1심 재판에서 사형 구형에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었다.

백 교수는 그러나 1999년 사면복권 후 미국으로 건너가 노트르담대 로스쿨 졸업 후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동아시아법학 객원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로스쿨 조교수를 거쳐 현재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제실종 실무그룹은 5개 지역그룹에서 각각 1명씩 선출한 전문가로 구성되며 위원의 임기는 3년이고 1회 연임할 수 있다.

강제실종 실무그룹은 55개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s) 중 하나로 현재의 유엔 인권이사회 전신인 유엔 인권위원회(Commission on Human Rights)가 1980년 설치했고, 2006년 유엔 인권이사회 출범 이후에도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인권이사회 특별절차는 미얀마, 북한 등 국가별 인권 상황(14개 직위)이나 강제실종, 자의적 구금, 인종차별,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 주제별 인권(41개 직위)에 대해 상황을 평가하고 필요한 권고 등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백 교수의 이번 강제실종 실무그룹 위원 임명을 계기로 국제 인권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한층 더 제고됐으며, 한국전쟁 전후 강제 납북된 우리 국민의 소재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 교수는 정치권에서도 주목해온 인물이다. 인권 및 법 관련 전문지식과 과거 진보적 활동 이력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눈여겨봐왔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을 맡고 있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와 절친한 관계다.

아울러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고교를 마친 PK 출신이어서 새누리당에서도 진보적 가치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가 과거에는 사노맹 사건의 총책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유학생활과 교수 등을 거치면서 지금은 중도적 시각을 갖춘 것으로 전해져 새누리당 노선과도 접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젊은층 유권자를 감안해 중도 또는 진보적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