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때 국군포로로 북한에 끌려갔던 고(故) 손동식 씨의 유해가 4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탈북자인 딸 명화(53) 씨의 노력으로 2013년 10월 유해가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지 21개월만에 영면할 자리를 찾은 것이다.
고 손동식 씨의 유해 안장식은 이날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육군 9사단장 주관으로 거행됐다. 안장식에는 백승주 국방부 차관을 비롯한 국방부 및 군의 주요 인사들과 유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국군포로의 유해가 북한에서 남한으로 송환돼 현충원에 안장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고 손동식 씨는 6·25 전쟁 당시 육군 9사단 소속 전투병으로 북한군과 싸웠으나 포로로 붙잡혀 북한으로 끌려갔다. 함경북도 무산광산에서 힘든 삶을 산 손 씨는 1984년 북한에서 숨졌으며 명화 씨를 포함해 북한에서 낳은 딸 3명은 2005년 탈북해 남한으로 넘어왔다.
사망 당시 손 씨는 명화 씨에게 자신의 고향이 경남 김해라며 “내가 죽으면 고향 땅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명화 씨는 남한에서 북한인권단체들의 도움을 얻어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2013년 10월 중국을 거쳐 부친의 유해를 송환하는 데 성공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DNA 감식을 통해 유해가 국군포로 손동식 씨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명화 씨가 그의 딸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유족측이 생환 국군포로에 준하는 보상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국방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손 씨의 유해도 영면할 곳을 찾지 못하고 딸 명화 씨의 집에 보관돼왔다. 명화 씨는 요구사항을 내걸고 청와대와 국방부 청사 앞에서 8개월 동안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손동식 씨의 유해 송환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는 등 접점을 찾으면서 갈등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
국방부는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국군포로 유해 송환 비용을 실비로 지원하기로 했으며 손 씨를 포함한 국군포로 유해 6구에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안장식에 참석한 명화씨는 “아버지에게 국군포로에 합당한 예우를 해줘 많은 감동과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국군포로의 딸로 고생할 때는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다는 그는 “아버지를 원망한 데 대해 죄송한 마음도 있었는데 오늘 안장식으로 죄책감을 덜었고 딸로서 효도를 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北에서 온 국군포로 유해, 송환 21개월만에 안장
입력 2015-07-04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