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만두려했는데”…알바 끝나는 날 사고 당한 취준생 엄마의 절규

입력 2015-07-03 21:59
연합뉴스 제공

아르바이트 끝나는 날 사고로 숨진 취업준비생의 사연이 알려지면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3일 오전 울산시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숨진 협력업체 현대환경 소속 직원 6명 가운데 천모(28)씨의 시신이 안치된 울산병원 장례식장.

천씨의 어머니 전모(56)씨는 "아무도 연락해주는 사람도 없어 인터넷에 떠 있는 기사보고 아들이 있는 사고 현장에 갔다"며 눈물을 쏟았다.

전씨는 아침에 인터넷에 뜬 속보기사를 보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부산에서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그러나 공장 정문 앞에서 직원들이 막아 사고 현장은 볼 수도 없었다.

그는 "공장 앞에서 현장 근로자 가족이라고 해도 아무런 설명도, 죄송하다는 말도, 어떤 말도 해주지 않았고, 들여보내 주지도 않았다"며 "시장이 오면 사고 브리핑을 같이 들어라고 했다"고 일관했다.

아들 천씨는 지난달 8일 현대환경에 첫 출근해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지난해 대학 졸업 뒤 취업 준비를 하며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고가 난 이날은 마침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려고 했다.

전씨는 "(아르바이트) 4주를 채우고 그만두려 했는데 그만 아들을 잃었다"며 비통해 했다.

그는 "매일 저녁 일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면 전화를 걸어 나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던 착한 아이였다"며 "어제 밤에는 일이 힘들었는지 누워서 전화했고, 많이 피곤해 하는 것 같았다"며 마음 아파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다른 직장에 정식 취업하기 위해 숙소에서도 계속 공부했고,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며 부지런히 지냈다"며 "이번 주말 집에 오면 좋아하는 고기 구워주려고 15만원어치 사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있던 천씨의 외삼촌(54)은 "정부에서도 늘 안전을 강조하지만 지키지 못하면 뭐하나"며 "울산에서 똑같은 사고가 계속 일어난 것으로 아는데 사고 현장에 가스가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용접하는 것은 상식 중에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화케미칼은 원청업체로서 제대로 안전 관리감독을 하고 작업을 진행했어야 했는데 안전매뉴얼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시시비비를 가려 또다시 이런 사고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