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지 “유럽의 미래, 그리스에 달렸다”

입력 2015-07-03 21:52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보다 오는 20일까지 그리스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을 상환할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최신호에서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4일 나오는 최신호에서 원반 대신 유로화 동전을 막 집어던지려는 원반던지기 선수의 그리스 조각상을 표지로 삼아 ‘그리스 손에 달린 유럽의 미래’라는 제목의 표지기사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 찬성이 나오더라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권력 유지에 매달릴 것이고, 반대가 나오면 당연히 치프라스 총리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투표 결과가 그리스에 중요치 않다고 예상했다.

특히 국민투표는 그리스 대외 채권단이라 할 트로이카가 내놓지도 않은 협상안을 놓고 찬반을 묻는 것인 데다 경제에 어느 정도 필요한 그리스 정부의 부채 유지 여부를 묻는다는 점에서 투표 대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꼬집었다.

국민투표 결과보다 오히려 그리스가 ECB에 진 35억 유로의 빚을 갚아야 하는 날인 20일이 그리스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이 주간지는 진단했다.

이미 ECB가 유동성 추가 공급을 거부한 상황에서 20일까지 빚을 갚지 못하면 ECB 는 그리스에 유로화를 더 공급하지 않을 것으로 이코노미스트지는 내다봤다.

그리스에 유로화가 점점 메말라가는 상황을 생각하면 채무 불이행 후 유로화가 바닥난 그리스에서 정부는 유로화 대신 거래 시 지급을 책임지는 보증서를 발행해 화폐로 삼아야 할 형편이다.

그리스 여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올해 초 집권했을 때 긴축을 폐기하더라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환영받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환상인 것으로 판명됐다.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자들이 공멸을 두려워해 양보할 줄 알고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으나 이 역시 판단 착오였다. 치프라스 총리가 민주적 선거로 뽑힌 민의를 대변하는 국가 지도자이지만 북유럽 채권국가 지도자들도 무조건 지원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 국민을 똑같이 대표하고 있다.

차제에 유로화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탈리아나 포르투갈처럼 채무국들이 채권국에 바라는 조건 없는 관용과 지원은 폐기하고, 유로화 운용에 엄정한 규율을 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변덕스러운 치프라스 총리와 관계가 끝장난 만큼 그리스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단언했다.

또 유로화는 개별 국의 재정 주권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통화 동맹의 성과물인 만큼 유로화 약화를 막는 자동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고 이 주간지는 제안했다.

예컨대 경기 침체에 빠진 국가를 지원하는 ‘집단실업보험’ 시스템이나, 구제금융 대신 위험과 책임을 한데 모아 공동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 개별국가가 국채를 발행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강화된 규율로 ECB 공동의 ‘유로채권’을 발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처방했다.

이번 그리스 사태의 교훈은 유럽이 유로화의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 파멸적인 상황에서 나올 후과에 고통받을 것이라고 이 주간지는 경고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