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제작비만 57억원··· "일회용 비닐봉투 자제합시다"

입력 2015-07-03 20:04 수정 2015-07-03 20:37
“언성을 높이면서 봉투를 달라고 조르면 무료로 줄 수밖에 없어요.”

‘세계 1회용 비닐봉지 안 쓰는 날’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편의점. 계산대 바로 옆에는 ‘비닐봉투는 20원(환경부담금)입니다. 계산 전에 말씀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점원 김모(28)씨는 “동전이 없다고 하면 서로 번거로워 그냥 주기도 하고, 봉투를 달라고 해서 물건을 다 담았는데 돈을 안 내겠다고 우기면 어쩔 수 없이 그냥 보낸다”고 말했다. 그나마 프랜차이즈 업체는 사정이 낫다. 인근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우리 같은 가게는 원칙을 다 지키면 손님을 유지하기 힘들다. 돈을 받을 생각도 못 해봤다”고 말했다.

1999년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33㎡ 이상의 도소매 점포는 1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적발되면 매장 규모와 횟수에 따라 지자체에 5만~1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적발이 어렵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2년 1회용 비닐봉투를 무상 제공해 부과된 과태료는 303건, 834만원에 불과하다. 2013년은 117건으로 584만원, 지난해는 196건, 925만원에 그쳤다. 제도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서울 동작구 관계자는 “관할 매장 1만여곳을 점검하는 인원은 2~4명 정도”라며 “매출 등을 고려해 500여개 매장을 선별해 점검한다. 다른 지자체 상황도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과태료 부과는 신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1회용 비닐봉투 사용규제는 세계적 추세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4월 28일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EU 포장지침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인당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을 2019년까지 연간 90개로 줄이고 2025년까지 40개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2010년 기준 EU 회원국 1인당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은 평균 198개였다.

2008년에는 스페인의 한 환경단체가 매년 7월 3일을 ‘세계 1회용 비닐봉지 안 쓰는 날’로 제정했다. 6회를 맞은 올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40여개국 100여개 지역에서 다채로운 캠페인을 벌인다. 국내 환경단체인 ‘자원순환사회연대’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1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자제하고 장바구니를 활용하자는 시민 캠페인을 벌였다.

우리나라는 연간 57억원 규모 약 190억장의 1회용 비닐봉투를 제작해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2300만t이다. 자원순환연대는 “단 하루만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으면 1회용 비닐봉투 약 5200만장을 절약할 수 있다”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6700t 감축할 수 있고 비닐봉투 제작에 필요한 원유 약 95만1600ℓ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수민 홍석호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