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들에게 국제 채권단의 협상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의 부채 탕감 필요성에 뒤늦게 동의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민투표 후 이틀 내로 채권단과의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MF는 그리스와 관련된 최근 보고서에서 채무 만기연장 등을 통한 부채 경감 없이는 그리스가 부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IMF는 그리스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 앞으로 4개월간 100억 유로(약 12조4500억원) 가량, 오는 10월부터 2018년까지는 519억 유로(약 64조7447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앞으로 IMF가 관여하는 어떤 새로운 협상이든 지금까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요구했던 것보다는 더 큰 재정적 관용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IMF가 “부채 탕감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부채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식으로 돌아선 것은 지금까지 채권단이 부채 완화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스가 지금의 상황에 처했다는 전문가들의 질책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IMF는 보고서에 그리스 정부가 지금까지 경제개혁 노력에 게을리했다는 비판도 담아 치프라스 정권이 협상을 어렵게 했다는 뜻으로 분석될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몇 개월간 채무 완화 요구에 대해 불평만 해왔던 IMF가 투표를 눈앞에 두고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했다”면서 “IMF의 뒤늦은 고백은 치프라스 총리에게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가디언은 IMF가 2010년 1차 구제금융 때 그리스 부채완화를 단행했더라면 지금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IMF의 논리는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좌파 정권만 아니면 채무 탕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라며 “국민투표를 앞두고 그리스와 채권단 간 긴장을 또 다시 고조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치권은 국민투표 찬반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반대’ 표를 호소하는 반면 야당은 국민들이 협상안에 찬성해야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1야당인 신민당의 대표이자 전직 총리인 안토니스 사마라스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안에 대한 반대표는 결국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만일 ‘반대’가 이긴다면 이튿날 나는 브뤼셀에 있게 될 것이고, 협상은 48시간 내 타결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반대’ 결과가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받아쳤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아직 국민투표를 실시하지도 않은 그리스에서 치프라스 총리의 뒤를 이을 인물로 시리자 내 실용파인 이아니스 드라가사키스 부총리 등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됐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국민투표 다음 날인 6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유지 여부와 한도 조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그리스 국민투표 D-1
입력 2015-07-03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