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메르스 대국민 사과 검토"

입력 2015-07-03 17:09
국민일보DB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메르스가 거의 안정세가 돼 가는 마당이기 때문에 안정이 된 다음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한 야당 의원들에게 “사과든, 향후 대책이든, 어떤 형태로든 국민에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답변했다. 다만 “사과가 급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메르스를) 척결한 다음에 그렇게(검토를)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실장은 박 대통령이 제왕적으로 군림해 ‘왕조시대’라는 비유가 나온다는 야당 의원의 비판에 대해 “그런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때가 어느 때인데 왕조시대처럼 움직이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밖에서 보는 것처럼 (청와대가) 폐쇄적이고 일방적 통로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달 25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등을 언급하면서 정치권뿐 아니라 여당 원내사령탑을 비판한 데 대해 적극 해명했다. 이 실장은 “통상적으로 늘 국민 삶을 생각하고 국민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나름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국회를 무시한 적 없다”고도 했다.

이 실장은 당초 2일 열릴 예정이던 운영위 회의의 연기 배경이 ‘유승민 옥죄기’라는 지적과 관련, “비약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무원연금법만 통과되고 끝나면 이런 여러 여파가 없었겠지만 국회법이 통과되고 정부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국회로 돌려드리면서 문제가 확산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원장 자격으로 이날 회의를 주재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위원장으로서 질의에 개입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대통령에 대한 표현을 할 때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려는 것은 국회에 대한 도전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낸 야당 의원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