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독일 가전전시회(IFA)에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된 LG전자 조성진(59) 사장이 3일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조 사장은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조 사장 측 변호인은 검찰을 상대로 1시간에 걸쳐 ‘물량공세’를 펼쳤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윤승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조 사장 측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와 파손된 드럼세탁기 제품의 도어 부분을 묘사한 3D 동영상을 동원하며 검찰의 공소 사실을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 측은 (파손된 세탁기의) 도어를 위로 들어올려야, 또 강하게 눌러야 닫힌다고 했지만 조 사장은 그렇게 닫히도록 만든 사실이 없다”며 “세탁기 도어는 어느 정도 쳐지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원래 설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어가 다소 쳐진 세탁기의 도어 후크가 본체의 결합 부분(래치홀)과 문제없이 합쳐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3D 동영상을 시연했다. 파손된 세탁기와 같은 모델의 새 제품도 검찰 주장처럼 문이 위아래로 흔들린다며 시연 동영상을 틀기도 했다.
검찰은 “상식적으로 손괴 여부 판단은 소비자가 ‘제품에 이상이 있어 못 사겠다’하는 느낌으로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며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삼성 측 전시회 프로모터 2명이 목격자”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21일에 파손 논란이 된 실제 세탁기를 직접 검증하기로 했다. 검찰은 문제의 세탁기와 동일모델 등 7대를 독일에서 공수했다. 조 사장 측 변호인은 “세탁기 검증에 앞서 현상보존이 중요하다”며 사건 발생일인 지난해 9월 3일 이후 세탁기가 어떤 상태로 보관됐는지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조 사장과 LG전자 세탁기연구소장 조한기(50) 상무는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가전매장 2곳에서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3대의 도어 연결부(힌지)를 부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사장과 홍보담당 전모(55) 전무는 이후 해명 보도자료에 허위사실을 적시해 삼성전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세탁기 홍보·판매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소를 취하했지만 검찰은 기소를 유지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3D 애니로 보시죠” LG전자, 삼성세탁기 파손 혐의 반박
입력 2015-07-03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