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남자” 터미네이터5 이병헌의 카리스마

입력 2015-07-03 14:53

배우 이병헌(45)이 50억원 동영상 협박 파문 이후 첫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터미네이터5)'를 내놨다. 주요 배역을 맡았다고 해서 주목을 끌었으나 이병헌 분량은 전체 125분 중 고작 10여분이다. 다행스럽게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이 많다.

3일 인터넷에 오른 관객 의견은 이랬다. 개봉 첫 날인 2일 영화를 관람한 이들의 말이다.

“이병헌은 단역수준으로 나옴”(yesc***)

“이병헌 분량은 아쉽지만 잘 나온 게 마음에 든다.”(seou***)

“이병헌 분량은 초반 10~15분 정도. 하지만 동양인으로서 영화에 잘 녹아든 점이 좋았다. 이건 진짜 인정. 성공적.”(iloi*******)

“T-1000 역할을 오싹하게 연기해냈다. 캐릭터 상으로나 연기적으로 봤을 때 무척 잘 어울렸다. 새로운 캐릭터 T-3000보다도 더 몰입감이 있었다. 하지만 초중반부 등장으로 끝. 말 그대로 짧지만 강렬한 등장.”(kami*******)

“이병헌이라는 사람은 배우 자체로서는 정말 대단하다. 악역으로 한정된 느낌은 있지만 연기력 자체는 놀랍다. 역할을 아예 흡수해버린 것 같았다.”(jsen******)

“T-1000의 부활이라고 하면 될까. 이병헌이 로맨틱, 성공적이긴 하지만 솔직히 연기는 인정. 영화에 이병헌은 없더라. 그저 살인로봇만 있을 뿐.”(ice0***)

앞서 이병헌이 불미스러운 구설수에 오른 뒤 그의 출연작 ‘협녀: 칼의 기억’ ‘내부자들’ 개봉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눈치 보기만 거듭될 때 터미네이터5가 총대를 멨다. 터미네이터5 개봉 확정 소식이 알려진 뒤에야 ‘협녀’도 8월 개봉 계획을 잡았다. 터미네이터5는 이미지가 바닥까지 추락한 이병헌의 재기 가능성을 가릴 첫 시험대인 셈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병헌 분량은 예상보다 적었다.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10~15분 정도 등장하는 게 전부다. 대사도 거의 없다.

캐릭터 자체가 그리 새롭지도 않다. 액체 금속형 로봇으로서 지닌 특징들은 다소 뻔해 보인다. 총알이 온몸을 관통해도 곧바로 재생되고, 자유자재 변형되는 손은 날카로운 무기가 되는 식이다. ‘사상 최고의 악역’이라던 홍보 수식어가 무색하다.

그러나 이병헌은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말 한 마디 않고도 눈빛만으로 장면을 살려냈다. 감정 없는 로봇이라는 설정임에도 그에겐 싸늘함이 느껴졌다. 배우로서 이병헌은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에밀리아 클라크는 2일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이병헌은 멋지고 훌륭한 배우다. 함께 작업한 모두가 그렇게 얘기했다. (이병헌 연기가) 너무 리얼해서 ‘이 사람이 연기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현재 할리우드 영화 ‘황야의 7인' 촬영 중인 이병헌은 스케줄 상 ‘터미네이터5’ 홍보 행사에 함께하지 못했다. 내한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행사에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에밀리아 클라크만 참석했다. 그러나 ‘협녀’ 홍보엔 직접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실망한 대중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그에게 달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