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꾼 건 지난해 말이었다. 그런데도 3일 현재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15골(경기당 0.88골)을 터뜨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득점 2위 조나탄(10골·대구 FC)에 5골이나 앞서 있다. 챌린지를 넘어 한국 프로축구 전체를 흔들고 있는 서울 이랜드 FC 주민규(25)가 그 주인공이다.
주민규는 지난 시즌 고양 FC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30경기에 출장해 5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클래식(1부 리그) 팀의 러브 콜을 받았다. 그런데 에이전트를 통해 갑자기 마틴 레니 서울 이랜드 감독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1부 리그에서 뛰고 싶었던 그는 거절했다. 지난해 8월 FC 안양전 후반 공격수로 뛴 주민규를 보고 반해 버린 레니 감독은 계속 만남을 제안하면서 “감독이 아니라 축구선배로서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까지 했다. 주민규는 마지못해 만났고, 레니 감독은 “넌 공격수로서 훌륭한 자질을 가졌다”며 함께하자고 설득했다. 가슴이 울컥한 주민규는 결국 마음을 바꿔 레니 감독 품에 안겼다.
대신고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주민규는 한양대 2학년 때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향했다. 프로진출을 위한 선택이었다. 레니 감독 지도를 받은 주민규는 공격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키 183㎝, 몸무게 82㎏으로 신체조건이 좋지만, 타깃형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돌파형 공격수도 아니다. 그럼에도 놀라운 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비결은 탁월한 공간 선점 능력이다. 그는 좌우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받아먹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 상대 수비수를 상대로 등을 지는 플레이에도 능하다.
서울 이랜드(승점 31)는 챌린지 ‘1강’ 상주 상무(39)와 대구 FC(32)의 뒤를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주민규는 4일 오후 7시 속초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18라운드 경기에서 강원 FC를 상대로 골 사냥에 나선다. 주민규는 아직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은 대표팀에 승선할 절호의 기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수비형 미더필더에서 공격수로 변신… 주민규 거센 돌풍
입력 2015-07-03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