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 약한 천식 환자들은 메르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입력 2015-07-03 14:49

국내 첫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 환자가 발생한지도 어느덧 한 달 보름이 지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추가 감염자 증가 추세가 꺾이긴 했지만, 의료 현장에서 느껴지는 메르스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 환자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아마도 메르스로 위중한 상태에 빠진 환자들 가운데 기저질환으로 천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비교적 많았기 때문이다.

천식 환자들은 왜 이렇게 유독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송우정 교수는 3일,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기관지 상피세포가 병원균 등 외부 이물질에 대해 저항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풀이를 내놨다.

천식은 기도의 만성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으로, 갑작스러운 기침과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기도과민성을 특징으로 한다. 국내에선 연간 약 2000명이 천식으로 사망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 사망 원인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천식 발작이 악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천식 악화로 인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의 60~80%가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감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천식 환자가 호흡기 바이러스에 취약한 대표적인 이유는 기본적으로 기관지상피세포의 외부 이물질에 대한 면역력(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관지 상피세포는 공기 중 유해물질을 걸러내고 호흡기 내 병원균 감염을 저지하는 일차 방어선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천식 환자는 기관지 상피세포의 인터페론 분비 저하로 호흡기로 침범한 바이러스 등 병원균에 제대로 대항할 수가 없는 처지다. 결국 일반인보다 바이러스 증식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감염 증상도 오래 끌어 천식 악화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또 천식 환자들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시 일부 메르스 감염자들과 같이 ‘사이토카인 폭풍’(인체가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면역력을 과도하게 발휘, 되레 대규모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이 일어나면 폐렴 등 신체 장기이상과 함께 천식 발작 악화로 더욱 위중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천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 중 20~50%가 일생 중 천식 발작을 한번 이상 경험할 정도다.

송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경우 현재 특별한 이상 증상이 없더라도 잠복 천식, 또는 알레르기성 기관지염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메르스 예방은 물론 하찮아 보이는 감기조차 안 걸리도록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한다. 무엇보다 체력을 떨어트리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며 균형 있는 식생활을 통해 쾌적한 몸 상태가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기침, 발열, 오한 등과 같은 호흡기 감염 증상이 있는데도 메르스 감염 위험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인해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고 의료 기관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는 행위도 삼가야 한다.

송 교수는 “특히 알레르기 비염이 천식으로 발전하는 시기에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급격한 천식 악화와 이로 인한 병원 입원 및 이차 감염 발생 등의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체내 면역세포의 바이러스 대처기능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