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저장소(이하 일베) 활동 전력이 문제가 돼 소방학교에서 자진 퇴교한 일명 일베 소방공무원(B) 사건과 관련해 애초 사건을 인터넷에 고발한 네티즌(A)이 장문의 글을 올리고 일베 회원은 왜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선 안 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소방공무원은 자신이 아닌 남의 목숨을 구하는 숭고한 일을 해야 하는데다 배려심과 봉사심, 인품 등을 모두 갖춰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숭고한소방’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A씨는 이날 새벽 오늘의유머 게시판에 ‘일베소방 공무원 사건의 첫 제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B씨의 자진퇴교의 근거를 정치적 중립에서 찾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고귀한 소방직 공무원의 특수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A씨는 “B씨가 단지 김대중 대통령을 모욕하고 김치X이라는 글을 썼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 때문에 퇴교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면서 소방조직 대다수가 일베 소방공무원에 대한 임용불가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단순한 소방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소사모 회원들, 현직으로 시,도 현장과 내근, 본부, 국민안전처, 퇴직하신 소방재향동우회 선배님들을 포함한 4000여명 이상의 직원들이 계신 119소방공무원 모임(수험생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등 소방공무원 분들의 만장일치된 의견입니다. 모두가 B씨의 9급 응급구조사특채 소방사 임용건에 대해서 격노 및 분노하였으며 소방사를 포함 일선에 계신 전국의 서장님, 고위급 소방간부 직원 여러분들 모두 임용불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A씨는 B씨가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어겼기 때문이 아닌 소방관의 명예를 더렵혔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소방관으로서 갖추어야할 가장 기본적인 자질인 품위와, 명예 그리고 숭고한 소방정신을 중요시하는 특수직 공무원의 신분으로서 또한 현재 현장에서 불철주야 24시간 밤낮 가리지 않고 뛰고 계시는 그 이미지 하나를 위해 목숨을 바쳐가며 선배들께서 목숨 바치며 쌓아 오셨던 소방의 명예에 먹칠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A씨는 세월호 사건 당시 수색작전에 나섰다가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5명의 소방관을 거론했습니다.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사람을 구하는데 앞장서는 소방공무원에 어떻게 세월호 사망자를 능욕하는 사람이 올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소방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우리가 이 대형 참사로 인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아시는지요?”
A씨는 소방관직에 대한 명예와 헌신을 희롱하고 먹칠한 일베 회원은 소방관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119마크가 그려진 소방복에 대고 그 요상한 일베 마크 하지 말라는 겁니다. 하늘나라 계신 선배분들의 명예와 헌신에 먹칠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소방관으로서의 기본자질, 자격이 없기에 더 큰 문제는 고인이 되신 선배 분들에 대해서 모욕했기 때문입니다.”
A씨의 글에 네티즌들은 “생명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 소방관님의 글, 추천합니다”라는 댓글을 달며 호응하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실베스타 스탤론의 쌍따봉 짤방을 올리기도 했네요.
진짜 영웅이 남긴 글, 속이 너무 시원하네요. 저도 쌍따봉을 조심히 올려봅니다.
글을 쓴 숭고한소방 네티즌은 기사가 나간 뒤 현직 소방관이 아니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현재 소방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2012년부터 강원도 모처에서 근무했다”면서 “세월호 사태 당시 광부소방헬기 사건으로 큰 아픔을 겪었는데 이렇게 제 글이 기사화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알려오셨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