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무원 버스 사고 현장] “살려 달라” 필사의 심폐소생술 도중 6∼7명 숨져

입력 2015-07-02 19:36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단둥으로 이어지는 국도 51.9㎞ 지점의 와이차교. 폭이 4m로 지어진 지 30년 된 다리는 어제의 비극을 잊은 듯 2일 오전 통행이 재개돼 있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지방공무원 24명을 포함한 한국인 26명을 태운 버스는 전날 오후 3시30분쯤(현지시간) 지안과 단둥 경계지점 조선족마을 부근에서 하천으로 추락했다. 이날 사고로 한국인 10명과 중국인 운전기사 1명 등 11명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부상했다고 신화통신은 2일 전했다.

“차 안에서 한국어로 ‘살려 달라'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전날 버스 추락 현장에서 응급 구조 활동을 벌였던 중국인 의사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지안시 량수이병원 소속 의사인 리진성(李金生)씨는 10명의 의료진과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버스는 물이 거의 없는 하천 바닥에 뒤집혀 있었다. 리씨는 신경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을 본 뒤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이 지게차를 이용해 뒤집힌 버스와 하천 바닥 사이에 틈을 만들었고 곧이어 의료진이 의식이 없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과 인공호흡 등의 긴급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6∼7명은 그 과정에서 사망했다. 리씨는 “버스에서 마지막으로 실려 나온 한국인 세 명은 이미 소생가능성이 없는 상태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부상자들은 지안시에 위치한 지안시의원으로 옮겨져 동료의 죽음을 생각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샜다.

행정자치부는 사망·부상자를 제외한 120여명이 3일 오후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정재근 행자부 차관 등 11명으로 구성된 사고수습팀은 중국에 도착했다. 앞서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분들과 유가족들께 깊은 조의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고에 대해 “고도로 중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관영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사고 직후 국가여유국(관광국)이 지린성 여유국의 보고를 청취한 후 베이징의 리스훙 부국장이 왕양 국무원 부총리의 지시를 받아 즉각 응급 대책을 시행하고 지린성과 함께 사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전했다.

◇안전 불감증 중국, 관광 중 대형 버스 사고 빈발=리스훙 부국장은 전날 전국관광안전공작회의에서 “안전을 관할하는 곳이 매일 안전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여행객들에게 안전의식을 가지라고 할 수 있느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중국 관광 중 대형 사고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여유국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 중 돌발사고(급성 사망 등은 제외)는 모두 32건이 발생해 111명이 사망하고 299명이 부상했다. 이 중 교통사고는 18건(56%)에 사망자가 95명(86%)에 이르는 등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북부 산시성 춘화현에서 46명이 탄 관광버스가 벼랑으로 추락해 35명이 사망했다. 지난 4월에도 구이저우성 나융현 인근 산간도로에서 24명을 태운 버스가 미끄러져 100여m 아래 강바닥으로 추락하면서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라동철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