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1분] 일본의 결승행은 행운? 과연 그럴까?… 버저비터 자책골

입력 2015-07-03 00:05
FIFA TV

결정적 1분: 잉글랜드 수비수 로라 바세트의 버저비터 자책골

‘나데시코 재팬’은 잉글랜드 수비수 로라 바세트의 자책골이 아니었으면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결승으로 진출하지 못했을까. 사사키 노리오 일본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런 시각을 경계했다. 결승골이 바세트의 발끝으로 마무리됐을 뿐 일본의 집요한 공세가 승리의 요인이라고 사사키 감독은 강조했다.

일본은 2일 캐나다 에드몬톤 커먼웰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4강전에서 잉글랜드를 2대 1로 제압했다. 일본은 디펜딩 챔피언이다. 월드컵 2연패를 향한 장도는 이제 마지막 관문만 남았다. 오는 6일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미국을 이기면 두 대회 연속 정상을 밟을 수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첫판에서 싱가포르를 안방으로 불러 득점 없이 비긴 일본 남자축구대표팀과는 대조적인 강세다.

결과적으로 자책골이 가른 승부였다. 일본은 사실상 마지막 공격을 전개한 후반 추가시간 4분이 끝날 때쯤 바셋의 자책골로 승리했다. 미드필더 가와스미 나호미는 잉글랜드 오른쪽 하프라인을 넘어 페널티박스 아크 부분으로 공을 길게 올렸다. 바셋은 오른발을 내밀어 공을 걷어내려다가 골문 안으로 밀어 넣는 실수를 저질렀다.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서 바셋의 자책골은 버저비터가 됐다. 바셋을 비롯한 잉글랜드 선수들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울었다.

일본이 마냥 행운으로만 얻은 결승골로 볼 수는 없었다. 일본은 결승골 상황에서 오기미 유키 등 두 명의 공격수가 페널티박스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다. 그 뒤에서 미드필더 한 명이 추격하고 있었다. 잉글랜드의 수비수는 세 명뿐이었다. 바셋의 발끝에 걸리지 않아도 일본 선수 가운데 누구든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사사키 감독은 이 점에 주목했다. 사사키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자책골로 상대 선수가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오기미 등 일본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결승골을 넣는)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자책골보다는 가와스미가 상황을 만들었다”며 “잉글랜드의 실수보다는 일본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열망을 더 드러낸 결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잉글랜드가 얻은 페널티킥의 석연치 않은 판정도 일본의 자책골 승리를 행운으로만 볼 수 없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일본은 전반 40분 코너킥을 허용한 상황에서 오기미가 잉글랜드 수비수 스테파니 호튼의 뒷발을 밟았다는 이유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실제로 발이 닿았는지 불확실했지만 주심은 오기미의 반칙을 선언했다. 잉글랜드는 패러 윌리엄스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일본이 졌을 경우 오심 논란을 제기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