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최고위원회의가 고성과 욕설이 난무한 끝에 파행됐다. 친박(친박근혜) 측 사퇴 압박을 받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콩가루 집안’의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마지막 고언이 되길 바란다”며 유 원내대표에 대한 포문을 또 열었다. 그는 “개인의 자존심, 명예, 권력의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정권의 안정”이라며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그러자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김 최고위원을 향해 “(유 원내대표 거취 관련)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한 지 불과 3일밖에 안 됐다. 그만두라고 계속 얘기하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쏘아 붙였다. 원 정책위의장은 “그게 당을 위해서 무슨 도움이 되고 유 원내대표가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도 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제가 한 말씀 더 드리겠다”고 끼어들었고, 곧장 김무성 대표가 “그만해”라고 제지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다시 “(발언 의도가) 잘못 전달되면 안 된다”고 재차 말을 꺼내려 했지만, 김 대표는 상기된 표정으로 “회의 끝내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김 최고위원은 “대표님”이라며 그를 돌려세우려 했으나, 김 대표는 “회의 끝내”라고 말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또 “대표님,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그를 향해 “마음대로 해”라고 외친 뒤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좌중에선 김 최고위원을 향해 “개XX”라는 욕설이 터져 나왔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벌겋게 달아오른 채 자리에서 일어선 김 최고위원의 팔을 붙잡으며 진정시키려 했다. 김 최고위원은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니까, 계속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사퇴할 이유가 왜 없냐. 이 상황이 사퇴지. 무슨 이런 회의가 있어”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바로 옆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다른 최고위원들이 자리를 뜨자 유 원내대표는 함께 회의실에서 나갔다. 일부 참석자는 회의실을 나가며 김 최고위원을 향해 막말을 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당을 위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고 직격탄을 날렸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날선 발언은 이어졌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마치 (유 원내대표결정을) 기다려주지 않고 왜곡된 얘기를 한 것처럼 돼서 다시 말씀드린 것”이라고 변명했다. 김 대표가 회의를 중단시킨 데 대해선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후 “사태를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노력하는데, 공개·비공개 회의에 대한 의미도 모르고 그런 말들을 하는 게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비공개 진행하는 등 당내 분란을 막아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의미였다. 난장판 회의가 된 데 대해 상당히 화가 났던 김 대표는 오후 참석키로 한 토론회 일정도 취소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유승민 거취’ 논란으로 ‘콩가루’ 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입력 2015-07-02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