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태극 문양 새겨진 북간도 명동촌 막새, 한신대 신대원에 기증

입력 2015-07-02 17:05
1일 오후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북간도 명동촌 기와, 막새 기증식이 열렸다. 김재홍 규암 김약연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왼쪽에서 세 번째), 언규홍 한신대 신학대학원 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강민석 선임기자

크리스천 민족교육자 김약연 선생과 문익환 목사, 윤동주 시인 등 수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한 북간도 명동촌의 막새(한옥 지붕 추녀 끝에 사용하는 기와)가 한신대에 기증됐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원장 연규홍)은 1일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 서울캠퍼스 장공기념관에서 ‘북간도 명동촌 막새 기증식’을 개최했다. 기증 받은 막새 3점에는 각각 십자가와 무궁화, 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다. 특히 십자가 무늬가 있는 막새에선 무궁화와 태극, 4괘의 문양도 볼 수 있다.

한신대에 막새를 기증한 인물은 김재홍(67) ㈔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이다. 명동촌 설립자인 김약연 선생의 증손자인 그는 30여년간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각국을 수십 차례 방문하며 북간도 독립운동 자료를 수집했다. 그는 이들 자료 중 상당수를 독립기념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기증식에 참석한 김 사무총장은 연규홍 원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김약연 선생의 제자인 문익환 목사의 장녀 문영금 문익환통일의집 관장도 참석했다.

김 사무총장이 기증한 막새는 10여년 전 옌볜의 한 친척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친척은 ‘조상의 귀한 유품’이라며 명동촌 막새를 전달했다. 그는 “한신대는 증조부 밑에서 예배드리고 공부했던 김재준 문익환 강원룡 목사가 설립하거나 몸담았던 곳”이라며 “명동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신대에 막새를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함북 회령 출신 한학자였던 김약연 선생은 1899년 나라가 일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에 통탄하며 문익환 목사의 고조부인 문병규와 김하규, 남종규 등 네 가문 142명과 함께 두만강을 건넜다. 북간도 화룡현 지신향에 마을을 세운 그는 서양식 교육과 기독교를 받아들여 1909년 명동교회와 명동학교를 세웠다. 그곳에서 문익환 문동환 윤동주 송몽규 나운규 등 목사, 시인, 예술인 등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조국 독립의 꿈을 키웠다.

김 사무총장은 기증한 막새들이 1910년대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막새의 십자가 문양 등은 신앙과 민족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명동촌 주민들이 새긴 것인데, 1909년 이전엔 김약연 선생 등 마을 사람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20~30년대에는 명동촌을 향한 일제의 탄압이 거세졌으며 마을에 사회주의 세력이 들어와 이들 문양을 새긴 막새를 굽기 어려웠다.

김 사무총장은 “1905년 기와집 800호가 들어섰을 정도로 명동촌에서는 기와 사용이 보편적이었다”며 “막새는 대량 생산돼 교회와 학교, 가옥 등 마을 모든 건물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신대는 막새를 신대원에 전시해 신대원생과 방문객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연 원장은 “명동촌에서 막새를 구우며 조국 독립을 꿈꾸고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고백을 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며 “남북통일을 이루고 중국 러시아 등에서 북방선교를 펼칠 신대원생들이 막새를 통해 선배들의 민족사랑 정신과 신앙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