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문한 경기도 수원 영통구의 꿈의교회 광교레인보우힐(김학중 목사). 교회 2층 로비 한쪽에서는 이색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성도들이 내놓은 의미 있는 성경책을 전시하는 행사였다. 로비에는 한눈에 봐도 손때가 묻은 낡고 오래된 성경책 10여권이 전시 중이었다.
특히 이 교회 서종원 부목사가 출품한 성경책이 눈길을 끌었다. 평남 남포에 살던 서 부목사의 아버지가 한국전쟁 피란길에 가져온 성경책이었다. 누렇게 변색된 종이에는 성경 말씀이 세로쓰기로 적혀 있었다. 서 부목사는 아버지의 성경책을 들어 보이며 “부친이 남긴 믿음의 유산”이라고 소개했다.
“초등학생 시절에 선생님이 가보(家寶)가 무엇인지 알아오라는 숙제를 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아버지께 물어 보니 이 성경책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제게 이 성경책은 각별합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온 아버지의 인생이 묻어 있으니까요.”
서 부목사 아버지의 성경책 외에도 전시된 성경책들은 각양각색의 사연을 담고 있었다. 고은선 집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는 아버지의 성경책을 내놓았다. 그의 아버지는 2010년 귀국했다가 고 집사의 집에 자신의 성경책을 놔둔 채 선교지로 돌아갔다. 고 집사의 아버지는 1998년부터 남아공의 한 시골마을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고 집사는 “이 성경책을 볼 때마다 타국에서 외로움을 이기며 사역하고 계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고 전했다. 일제시대 때 사용하던 성경책, 손으로 베껴 쓴 필사본 성경책 등도 눈길을 끌었다.
성경책 전시회는 이 교회가 올해 들어 진행하는 ‘Go Back(告白)’ 프로젝트의 하나다. 교회는 지난 1월부터 성도들을 상대로 ‘기도 5000시간’ 등을 목표로 내건 영성 회복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시회는 한 해의 반환점을 앞둔 6월을 맞아 성도들에게 영성 회복 운동에 임하는 마음을 다잡는 계기를 마련해주고자 기획됐다. 전시회는 지난달 29일 끝났지만 여전히 이 교회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 중이다. ‘릴레이 성경 필사’가 대표적이다. 성도들이 소속 교구별로 할당된 성경 내용을 필사하면서 주님의 뜻을 되새기는 행사다.
김석형 수석부목사는 “전시회에 출품된 성경책들이 화려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진 않았지만 저마다 감동적인 사연을 품고 있었다”면서 “많은 성도들이 이들 성경책을 통해 부모 세대의 신앙을 되새겼다”고 전했다.
수원=박지훈 기자
“믿음의 유산입니다” 꿈의교회 성경 전시회서 만난 주님의 뜻
입력 2015-07-02 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