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의혹을 받는 프로농구 KGC인삼공사 감독 전창진(52)씨가 2차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반면 경찰은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며 혐의 입증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1일 오전 9시37분쯤 출석한 전씨를 2일 오전 2시30분까지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전씨가 승부조작 의심 경기에 대해 구속된 피의자 등과 사전에 모의한 사실이 있는지, 경기 직전 승패에 관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돈을 걸도록 지시하지 않았는지 등을 추궁했다. 전씨가 그런 이유로 경기에서 지려고 시도한 것은 아니었는지도 물었다.
전씨는 KT 감독이던 지난 2월 말∼3월 경기를 치르면서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돈을 건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 후반에 후보 선수를 투입해 패배를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경찰이 제시한 증거를 반박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질문 대부분에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지난달 25일 1차 소환조사 때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도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조사에서 전씨는 후보선수 기용에 대해 구단 측과 미리 상의했다고 진술했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사실과 관련해선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후배들 말을 믿고 빌렸을 뿐 그 돈이 어떻게 쓰일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전씨가 이번 조사에서 어떤 부분을 번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KT 구단 관계자는 후보선수 기용에 대해 전씨와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경찰에 진술한 바 있다.
전씨는 조사 말미에 “진실을 진술했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거짓말 탐지기 검사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재차 거부했다. 경찰은 1차 조사 때도 같은 검사를 제안했었다. 당시 “변호사와 상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한 전씨는 여러 이유를 들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수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전씨의 부인에도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 인정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고 감독(전씨)이 관련자들과 증거 인멸을 시도했던 정황까지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씨가 사채업자나 이미 구속된 다른 두 피의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 등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씨가 부인한 내용의 진위를 검증하기 위해 관련자를 조사키로 했다. 이 조사가 마무리되면 검찰과 협의해 전씨에 대한 신병처리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전씨를 추가로 조사할지는 추후 검토키로 했다. 현재까지는 더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씨는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에게 “오늘도 성실히 조사를 잘 받았다. 오늘 조사 때는 제가 모르는 내용도 많이 나와 그런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승부조작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선수 기용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등에는 답하지 않았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경찰 “전창진 감독에 대한 결정적 증거 확보”
입력 2015-07-02 15:36